창간 80주년 경향신문

여객선 청소부로 위장취업한 기자, 착취의 현장에서 저널리즘을 묻다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여객선 청소부로 위장취업한 기자, 착취의 현장에서 저널리즘을 묻다

입력 2024.01.30 15:04

수정 2024.01.30 19:53

펼치기/접기

줄리엣 비노쉬 주연 ‘두 세계 사이에서’

<두 세계 사이에서>의 마리안(줄리엣 비노쉬, 왼쪽)은 텅 빈 이력서를 들고 고용센터에 찾아간다. 상담관은 한 번도 일해본 적 없다는 그에게 ‘유지 관리 담당자’, 즉 청소부 일을 권한다. 디오시네마 제공

<두 세계 사이에서>의 마리안(줄리엣 비노쉬, 왼쪽)은 텅 빈 이력서를 들고 고용센터에 찾아간다. 상담관은 한 번도 일해본 적 없다는 그에게 ‘유지 관리 담당자’, 즉 청소부 일을 권한다. 디오시네마 제공

프랑스 노르망디의 위스트르앙 부두에는 영국을 오가는 여객선이 하루 세 번 들어온다. 부두에 다다른 여객선이 닻을 내리면 주황색 조끼를 입은 청소노동자 10여명이 빠르게 배에 오른다. 240개의 객실은 이들의 ‘전장’이다. 정박 시간 90분 동안 모든 객실 청소를 끝내야 한다. 이들은 2인 1조로 나뉘어 쓰레기통을 비우고, 화장실을 반짝반짝하게 닦고, 1~2층 침대의 시트를 간 뒤 주름 없이 각을 잡는다. 이 모든 일을 하는 데 주어지는 시간은 객실 하나당 4분. 허리를 펴는 여유를 부렸다간 꼼짝없이 ‘영국행’이다. 하지만 영국행보다 무서운 것은 따로 있다. “시켜보고 아니면 끝”이라는 관리자의 말이다.

<두 세계 사이에서>(31일 개봉)는 중년 여성 ‘마리안’(줄리엣 비노쉬)이 구직센터에서 상담을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대학 졸업 후 바로 결혼하고 23년간 주부로 살다 이혼해 구직 시장에 나온 마리안에게 상담사는 말한다. “저희가 제안하는 맞춤형 취업 솔루션은 ‘유지 관리 담당자’입니다. 전망이 좋아요. 어디든 수요가 있어서 이사 가지 않아도 되고요.”

“청소부 말인가요? 좋아요, 할게요.” “업체에서 고용해 줘야 일을 할 수 있죠.”

어렵게 일자리를 구한 마리안의 손길은 영 서투르다. 그도 그럴 것이 마리안의 진짜 직업은 저널리스트이기 때문이다. 그는 프랑스 취약계층의 노동현실을 책으로 쓰기 위해 ‘위장 취업’했다. 그는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일하고 또 친구가 되며 이들이 놓인 현실을 몸소 겪는다.

‘유지 관리’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바꿔 부를 뿐 청소부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마리안을 비롯한 청소노동자들은 파리 목숨이다. 마리안은 불가능한 일을 요구하는 청소업체 관리자에게 항의하다 반나절 만에 해고된다. 여기서 2시간, 저기서 3시간씩 일하던 마리안이 ‘청소계의 극한 직업’인 여객선까지 간 것도 수없이 해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마리안을 비롯한 청소 노동자들은 ‘파리 목숨’이다.  마리안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관리자에게 항의하다 바로 해고된다. 디오시네마

마리안을 비롯한 청소 노동자들은 ‘파리 목숨’이다. 마리안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관리자에게 항의하다 바로 해고된다. 디오시네마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청소부로 일하던 마리안은 ‘청소계의 극한 직업’인 여객선 청소를 하게 된다. 그는 이곳 동료들과 함께 고생하며 가까운 친구가 된다. 디오시네마 제공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청소부로 일하던 마리안은 ‘청소계의 극한 직업’인 여객선 청소를 하게 된다. 그는 이곳 동료들과 함께 고생하며 가까운 친구가 된다. 디오시네마 제공

2010년 출간된 소설 <위스트르앙 부두>가 원작이다. 주로 분쟁지역을 취재해 온 국제문제 전문 기자 플로랑스 오브나가 2009년 ‘시급 8유로’의 청소부로 일하며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썼다.

원작이 저널리스트인 주인공과 노동자들 간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이들의 현실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면, 영화는 관찰자인 주인공의 내면 갈등을 드러내는 데 공을 들인다. ‘윤리적 안전장치’를 제거한 세계에서 마리안은 저널리즘과 기만 사이에 갈등한다. 동료들은 마리안에게 내밀한 고민까지 털어놓지만 마리안이 이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은 거짓뿐이다. <두 세계 사이에서>가 취약계층 노동 현실에 대한 고발인 동시에 저널리즘의 역할에 관한 이야기인 이유다.

<퐁네프의 연인들> <잉글리쉬 페이션트> 등으로 잘 알려진 배우 줄리엣 비노쉬가 마리안을 연기했다. 그는 원작을 읽은 뒤 직접 원작자를 오랜 시간 설득해 영화화를 이끌어냈다. 비노쉬를 제외한 대부분 역할은 비전문 배우들이 맡아 현실감을 더했다.

소설가이기도 한 에마뉘엘 카레르가 연출했다. 상영시간 103분. 12세 이상 관람가. 제74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개막작이다.

마리안은 구직부터 청소부로 일하며 겪은 일들을 글로 쓴다. 디오시네마 제공

마리안은 구직부터 청소부로 일하며 겪은 일들을 글로 쓴다. 디오시네마 제공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