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성 공무원의 병역 의무화가 개혁인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 29일 “경찰, 해양경찰, 소방, 교정 직렬에서 신규 공무원이 되려는 사람은 남성·여성에 관계없이 병역 수행을 의무화하겠다”는 병역제도 공약을 발표했다. 이 대표는 “모든 국민이 국방의 의무를 부담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절반가량만 부담했다”며 여성이 조금씩 더 부담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여성도 군 복무 대가로 공무원 자격을 주겠다는 것이다. 도대체 공무원 자격과 병역 의무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건지 납득할 수 없는 황당한 발상이다.

이 대표 공약은 공무원이 되고 싶으면 여성도 군대에 가고, 그렇지 않으면 공무원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 공약은 “모든 국민이 성별·종교, 사회적 신분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다”는 헌법 정신과 배치된다. 직업 선택의 자유를 합리적 이유 없이 제한하는 차별적 발상이다. 1999년 위헌 판결로 폐지된 ‘공무원 군 복무 가산점제’,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 개선 권고를 받고 사라진 ‘경찰채용시험 군필자 제한’ 조치를 부활하겠단 건지 묻고 싶다.

이 대표 공약은 현재 병역체계가 성차별적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그래서 평등한 제도가 되려면 남성과 여성이 함께 병역의무를 져야 한다고 한 것이다. 국방의 의무는 ‘총을 드는 것’만이 아니다. 국가·사회안전 보장에 기여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수행할 수 있는데도 이 대표는 ‘국민의 절반’(남성)만 병역을 부담한다고 했다. 그렇잖아도 지금 한국 사회의 학교와 2030은 서로 역차별받는다고 손가락질하며 젠더 갈등이 극심하다. 전문가들은 그 병폐도 만혼·저출생의 원인으로 꼽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을 겨눈 ‘이준석표 갈라치기’ 정치로 총선 표를 얻으려 내놓고 개혁이라 우길 수 있는 것인가.

이 대표는 “공약이 실현되면 연간 1만~2만명의 병역 자원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며 이르면 2030년부터 추진하고 다른 직군으로 확대 시행하겠다고 했다. 인구절벽에 따른 병력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여성 공무원 병역 의무화는 포퓰리즘적 대증요법일 뿐, 진정한 저출생 해법이 될 수 없다. 줄어드는 병력 대책이 그것만일 리도 없다. 무기를 과학화·첨단화하고, 직업 군인과 병사의 복무환경·인권을 개선하며, 성평등 복무제 부터 정착시켜야 한다. 이 대표는 갈등·차별 불씨가 될 국방 공약을 접고, 실효적인 대안을 찾기 바란다.

이준석 개력신당 대표와 양향자 원내대표가 지난 29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여성공무원 병역의무화’를 발표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준석 개력신당 대표와 양향자 원내대표가 지난 29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여성공무원 병역의무화’를 발표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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