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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사건 국가 책임 또 인정…정부, 이번에도 항소할까

입력 2024.01.31 13:16

수정 2024.01.3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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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3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국가 상대 손배소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결과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성동훈 기자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3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국가 상대 손배소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결과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성동훈 기자

‘한국판 아우슈비츠’로 불리는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에 대해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31일 또 나왔다. 지난해 12월 국가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 이후 두 번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재판장 서보민)는 이날 피해자 1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사건 2건에서 “국가는 피해자에게 수용 기간 1년당 약 8000만원을 기준으로, 후유증 등 개별 사정을 고려해 필요한 경우 가산하여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피해자 1인당 적게는 7500만원, 많게는 4억2000만원의 배상금을 받게 됐다. 총 45억3500만원가량이 인정됐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랑자를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일반 시민과 어린이를 불법 납치·감금한 사건이다. 이들을 강제노역시키는 과정에서 구타와 성폭행, 암매장 등 잔혹한 인권유린이 자행됐다. 1987년 검찰 수사로 형제복지원 실태가 드러나 원장 박인근씨(2016년 사망)가 재판에 넘겨졌으나 법원은 특수감금 등 박씨의 주요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공권력의 적극적 개입·묵인 하에 이뤄진 중대한 인권침해 사안”으로 규정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강제수용으로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들 중 상당수가 강제수용 당시 어린 아동이었던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피해회복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피해자들의 고통이 가중된 점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약 35년 이상 장기간 배상이 지연됐다”면서 “원고들에 대한 명예회복이 장기간 이뤄지지 않았고 현재까지 어떠한 피해회복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3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국가 상대 손배소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결과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성동훈 기자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3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국가 상대 손배소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결과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성동훈 기자

재판부는 형제복지원의 운영 근거가 된 내무부 훈령이 위법하기에 피해자들이 겪은 강제수용도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내무부가 1975년 제정한 ‘부랑인의 신고·단속·수용·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내무부 훈령 410호)은 시·군·구청과 경찰로 구성된 합동 단속반이 부랑인으로 지목한 사람을 형사 절차도 없이 무기한 강제수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재판부는 “이 훈령은 법률유보, 명확성, 과잉금지, 적법절차,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해 위헌·위법하다”면서 “훈령의 발령과 적용·집행 등 과정에서 국가 공무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직무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신체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당했으므로 국가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국가 손해배상소송은 2021년부터 이어졌다. 한동안 잊혔던 형제복지원 사건이 2018년 부산사회복지연대의 수용자 신상기록 카드 공개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자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은 박인근씨에 대한 과거 판결을 바로잡아 달라며 비상상고를 냈다. 대법원은 2021년 3월 이를 기각하면서도 “정부의 적절한 조치로 피해자들의 아픔이 치유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날 1심 판결을 받은 원고 중 일부는 2021년 5월 최초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던 이들이다. 그해 11월 서울중앙지법은 국가가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며 강제조정을 결정했으나 법무부가 이의를 신청해 조정이 결렬됐다.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 대표인 이향직씨는 이날 선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진실화해위원회 조사 결과도 나왔고, 1심 판결도 나왔다”면서 “여전히 국가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항소한다면 세계적 망신을 자초하는 행위”라고 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10일 형제복지원 국가 손해배상소송 첫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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