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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출생기본소득’을 도입하고 여·야·정과 산학연이 참여한 ‘범국민 저출생 대화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부모 소득에 따른 차등 지원이 아니라 출생아에게 보편적으로 지원금을 주되, 대학등록금까지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자는 구상이다. 저출생 문제에 대한 과감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고, 출생·양육의 국가 책임을 강화하자는 이 대표 주장은 올바른 방향이다. 여야 모두 국가 생존권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최우선 과제라는 위기감을 갖고 진지한 논의를 시작하기 바란다.
이 대표가 저출생 문제를 꺼낸 것은 4월 총선을 정책 선거로 바꾸고, 민생 경쟁 주도권을 높이려는 취지로 읽힌다. 기자회견 형식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와 차별화하려는 속내도 엿보인다. 그러나 이 대표 역시 현시점에서 국민이 궁금해하는 현안은 두루뭉술 넘어가거나 회피했다. 선거제 개정에 대한 입장이 그랬다. 이 대표는 “의견 수렴 중”이라거나 “길지 않은 시간에 말씀드릴 것”이라며 피해갔다. 민주당의 애매모호한 태도로 총선 70일 앞까지 선거제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 대표는 그 책임을 통감하고 선거제 개정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하루라도 빨리 내놓아야 한다.
이 대표는 제1야당의 혼란에 대해서도 안이한 인식을 보였다. 당내 공천·사당화 갈등에 “역대 선거와 비교해도 분열이 크지 않은 것 같다”고 했고, 비례제나 범야권 분열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통합과 연대로 설득하겠다”는 원론에 머물렀다. 야권 리더로서의 분명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니,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하겠다”거나 “이번 총선이 미래를 개척하는 출발점”이란 말도 진정성에 물음표가 붙는다는 걸 직시해야 한다.
이 대표는 회견 상당 부분을 윤석열 정부 비판으로 채웠다. ‘정적 죽이기에 올인한 2년’ ‘경제·평화·민주주의를 죽인 정치’ ‘편 가르기 정치’를 윤석열 정부 실정으로 지적했는데 하나하나 윤 대통령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민주당 책임도 작지 않은 정치 양극화, 극단·분열의 정치엔 반성과 해법을 보여줘야 한다. 비록 ‘반쪽 회견’에 그쳤지만, 통합·쇄신으로 나머지 절반을 채우는 건 온전히 이 대표 몫이다. 제1야당 대표의 신년회견이 여야 협치, 민생·정책 경쟁, 정치 복원의 물꼬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