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검, 당시 여권의 윤 대통령·김건희 공세에 대응’ 판단
재판 출석 검사들, ‘법 지식’ 활용해 증언 거부 등 비협조 일관
서울중앙지법이 31일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한 ‘고발사주’ 사건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20년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불리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손준성 검사가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인사 등에 대한 고발장과 판결문 등 자료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전달해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것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손 검사가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 장모 최은순씨 등에 대한 여권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이런 일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손 검사가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예비후보)에게 전달한 고발장에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이 명예훼손의 피해자로 적시돼 있다.
인터넷매체 뉴스버스가 2021년 9월2일 고발사주 의혹을 처음 보도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였던 윤 대통령은 보도 당일 “검찰총장 재직 중 어느 누구에 대해서도 고발사주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의혹이 제기된 지 일주일가량 지난 그해 9월10일 손 검사와 김 의원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씨가 박지원 당시 국가정보원장과 만나 대선개입 공작을 한 것이라며 맞공세를 폈다. 김 의원이 조씨에게 “(검찰에) 이야기를 해놓겠다” 등의 말을 한 통화 녹음파일까지 공개돼 파장이 커졌다.
수사·재판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공수처는 손 검사에 대해 체포영장,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기각했다. 법원은 김 의원 압수수색이 위법한 절차로 진행됐다며 압수수색을 취소하기도 했다. 공수처는 2022년 5월4일 손 검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고발사주 의혹 사건으로 법정에 나온 전현직 검사들은 이 사건의 진실 규명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손 검사부터 법률 전문가인 검사 피고인인 만큼 사실관계부터 법리 쟁점까지 강하게 다투며 공수처와 각을 세웠다. 검사 출신인 김 의원은 지난해 7월 증인으로 나와 “기억이 없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은 안 나는데 추정하기도 어렵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법무부는 2022년 6월엔 손 검사를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서 서울고검 송무부장으로, 지난해 9월엔 검사장급으로 승진시켰다.
손 검사에 대해 국회가 검사직 파면을 요구하는 탄핵심판을 청구해 헌법재판소가 현재 심리 중이다. 1심 재판부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지만, 고발사주라는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했기 때문에 국회 측은 탄핵심판 사건에서 이 재판기록을 근거로 손 검사 파면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