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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게임 세상] 게임업계 구조조정, 왜 또 노동자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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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게임 세상] 게임업계 구조조정, 왜 또 노동자들인가

입력 2024.02.04 20:42

지난해 12월, <웰컴 투 카로시 클럽>이라는 제목의 공포 게임이 스팀(STEAM)에 출시됐다. ‘카로시’란 일본어로 ‘과로사’를 뜻한다. 게임의 주인공은 넥타이를 멘 채 우울한 표정으로 등장한다. 그의 이름은 ‘켄지’로, 게임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하다가 해고당한 뒤 새로운 직업을 찾고자 구직 중이다. 회사에서 잘린 게임 개발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게임의 실제 개발자들 역시 게임 회사에서 해고당했다. <웰컴 투 카로시 클럽>은 해고당한 게임 개발진이 설립한 게임 스튜디오, ‘카미시바이 인터랙티브’에서 출시한 첫 번째 게임이다.

이 게임이 보여주는 것처럼, 지난해부터 국내외를 막론하고 게임 업계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일어나는 중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개발한 라이엇 게임즈는 직원의 10% 이상을 감축하겠다고 밝혔으며 MS 산하 게임 조직에서도 1900명이 해고됐다. 게임 업계 해고 현황을 보여주는 사이트 ‘Game Industry Layoffs’에서는 2024년에만 6000명에 달하는 이들이 해고됐다고 집계했다. 알다시피, 지금은 2024년이 시작된 지 고작 한 달이 지났을 뿐이다.

국내 게임 업계의 상황도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발매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작 게임들 모두 연달아 서비스를 종료했으며 덩달아 회사와 팀도 해체됐다. 골프 게임 <팡야>로 큰 사랑을 받았던 엔씨소프트의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가 폐업하고, 7년간 운영되었던 게임 <소울워커>의 개발진은 전원 권고사직 통보를 받았다.

대규모 구조조정 원인으론 주로 ‘엔데믹’이 꼽힌다.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게임 업계가 성장한 반면, 팬데믹 이후 사람들의 관심이 게임에서 멀어지면서 자연히 시장이 침체했다는 분석이다. 분명 이러한 배경 역시 이번 구조조정의 원인 중 하나이지만, 게임 업계 한파에는 이 외에도 함께 고려해야 할 다른 맥락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인앱결제’가 있다. 2022년부터 구글과 애플은 자사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는 인앱결제를 강요해 왔다. 수수료율이 최대 30%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가 1%를 웃돌고 네이버페이 등 수수료가 최대 3%인 것에 비하면 턱없이 높은 숫자다. 이 때문에 모바일 게임 아이템 가격도 일제히 인상됐다. 지난해 콘솔과 PC 게임 시장 매출이 모두 상승한 데에 반해 모바일 게임 시장의 매출만은 후퇴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게임 회사들의 AI 투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1월, 게임 업계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감행하면서도 AI 투자만큼은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게임 개발과 기타 업무의 효율성을 증대하기 위해 생성형 AI 등을 적극 활용한다는 목표다.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회사들은 저마다 AI 기술 투자만은 놓지 않았다. 대신 게임 회사는 허리띠를 졸라맬 대상으로 노동자들을 택했던 것이다. 가장 간단하게 감축할 수 있는 인건비 항목으로.

<웰컴 투 카로시 클럽>의 첫 장면에는 이런 말이 등장한다. “이 게임은 경영진의 잘못된 경영 전략 때문에 고통받았던 사람들을 위한 헌사”라고. 이 문장처럼, 지금의 게임 업계 구조조정은 업계의 불황을 노동자가 책임지는 방향으로 맺어진 결말이다. 게임 업계의 구조조정이 단지 엔데믹 때문이라고 본다면, 구조조정도 어쩔 수 없는 흐름으로 이해되기 쉽다. 그러나 이번 게임 업계 정리해고에는 대형 플랫폼의 이해관계와 회사 경영진의 판단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기획이 잘못된 것도, 개발이 부실했던 것도 아니지만 이들은 회사에서 쫓겨났다. 게임에서는 켄지가 면접을 보러다니는 과정이 공포스럽게 그려진다. 하지만 업계의 고통이 노동자들에게 떠넘겨지는 지금 이 상황이야말로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진짜 공포다.

조경숙 IT 칼럼니스트

조경숙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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