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5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의과대학 정원을 현원(3058명)보다 2000명 많은 5058명으로 증원하겠다고 6일 밝혔다. 정부는 오는 2029학년도까지 매해 5058명 정원을 유지해 2035년까지 의사 인력을 1만명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의대 정원 규모가 바뀌는 것은 2006년 이후 19년 만이다. 정부는 지역·필수의료 분야 위기 해소를 위해서는 ‘의사 인력 확충’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는 집단휴진(파업)을 비롯한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10년 뒤인 2035년 의사 수가 1만5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2025학년도부터 2000명이 추가로 입학하면 2031년부터 (의사 인력이) 배출돼 2035년까지 최대 1만명의 의사 인력이 확충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의사인력 확충 계획을 발표한 후 전국 40개 의과대학에서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관한 자료를 제출받고 현장 점검도 마쳤다. 또 의료계와 소비자·환자단체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한 후 이 같은 증원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증원 계획은 이날 오후 법정기구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논의를 거쳐 확정했다.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5년간 의대 정원 5058명을 유지하면 2031년부터 2035년까지 매년 2000명씩 5년간 최대 1만명의 의사 인력이 늘어난다. 정부는 2030학년도 이후엔 의료환경 변화와 국민들의 의료이용 상황을 종합 고려해 정원을 관리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주기적으로 의사 인력 수급 현황을 검토하고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도 대학별 입학정원은 교육부의 정원 배정 절차를 거쳐 추후 발표한다. 정부는 늘어나는 정원은 “비수도권 의대를 중심으로 배치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0월 지역·필수의료 혁신전략을 발표하면서 지역 국립대병원을 집중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비수도권 국립대 의대와 소규모 의대 등에서 정원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정부는 또 비수도권 의대의 지역인재 의무선발 비율을 현 40%에서 60% 수준까지 높이도록 정책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의사 인력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의사들이 출신지 또는 교육·수련받은 지역에서 일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지역·공공의대 신설 계획은 이번에 발표하지 않았다. 조 장관은 “지역의대 신설 필요성은 계속해서 검토할 예정이지만 고려할 사항이 많아 당장 2025학년도 입학정원에 반영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의대 증원 규모가 애초 예상(1000명대)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인구 감소로 향후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으며 의사가 늘어나면 의료이용도 늘어나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의대 증원으로 의학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설 연휴 직후 집단휴진(파업) 가능성도 언급했다. 대형병원에서 일하는 전공의들이 파업하면 중증·응급 환자 진료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최근 전공의 1만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파업 찬성률이 88%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정부는 의료계 파업에 엄중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의료계 파업에 대비해 이날 오후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긴급 개최하고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경계’ 단계로 상향했다. 복지부는 의료법 제59조에 따라 의협 집행부 등에 대해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를 명하고, 비상진료대책상황실을 설치했다. 의사들이 파업하면 정부는 업무복귀 명령을 내리고 불응 시 고발할 수 있다. 지난해 의료법 개정으로 ‘불법 파업’에 참여했다가 처벌을 받으면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도 있다.
시민사회에선 의대 증원 찬성 여론이 우세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이날 의대 증원 계획 발표에 “지역·필수의료를 살릴 기반이 마련됐다”며 환영 입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