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일 2025학년 의대 정원을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올해 고3 수험생들이 치를 대입 판도도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의대 준비생이 현재보다 5000명 이상 늘어나는 등 의대 열풍과 이과 쏠림이 심해지고 n수생도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의대 정원 증원 2000명은 특정 모집단위 증원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서울대 의약학계열을 제외한 자연계열 입학생 수(1775명)를 넘어서고, 치대·한의대·서울 주요대 약대 입학정원을 합친 수준이다.
앞서 2022학년도에 약대 신입생 1700명을 전문대학원에서 학부 선발로 전환했을 때도 자연계 상위권 학과 합격선에 변화가 생겼고 n수생이 증가하는 등의 영향이 있었다. 이번 의대 정원 확대는 이보다 파급효과가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종로학원은 수시모집 지원 규모 등을 봤을 때 2024학년도 기준 9543명으로 추정되던 의대 준비생 수가 2025학년도에는 1만5851명으로 5000명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대 증원으로 2025학년도 상위권 대학 합격선은 상당히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최상위권 학생들을 의대가 싹쓸이해가면 연쇄적으로 자연계 상위권 학과들의 합격선이 내려간다. 고교생들의 ‘이과 쏠림’도 심해질 수 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도권 치의예·한의예·약대 지원자들이 의대로 빠지고 그 자리를 자연계열 상위권 지원자들이 채우며 고교에서 수험생들의 이과 선호도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공계 대학생 등의 대입 재도전이 늘어날 거라는 점도 공통된 관측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다른 의약계열 학과와 이공계 특수대 등에서 중도탈락해 반수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2024학년도 정시에서 지방 소재 의대 합격생 중 일부가 합격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의사인력 공급이 확대되면 장기적으로는 의대 쏠림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 단기적으로는 의대 쏠림이 심화할 우려가 있다는 게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의사인력에 대한 추가 수요가 해소되면서 쏠림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는 지역별, 대학별 정원 증원 규모는 밝히지 않은 채 늘어난 정원을 비수도권 대학 위주로 집중 배정한다는 원칙만 밝혔다. 대학별 증원 규모는 교육부가 복지부와 함께 증원 수요를 재확인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 배정한다. 정부안이 확정되면 각 대학이 늘어난 정원을 반영해 지난해 확정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변경해야 한다. 대학들이 수시 모집요강을 5월에 발표하기 때문에 늦어도 오는 4월 중하순에는 대학별 증원 규모가 확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