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폭증…태영건설 사태 등 여파
지난해 수주액 20% 줄어 175조원
1948개사 폐업…2006년 이후 최대
지난해 침체가 본격화한 건설업의 임금체불이 4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건설업 투자는 1.8%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데, 건설경기가 나빠지면 관련 종사자들 피해가 눈덩이처럼 더 커질 수 있다.
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금융위원회는 6일 대한건설협회 등 업계 유관단체들과 ‘건설산업 활력 회복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건설경기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건설업 수주 규모는 총 175조원으로 전년 대비 20% 감소했다. 수주가 줄면서 건설투자도 지난해 4분기 들어 감소세로 전환됐다. 건설투자는 2023년 2.7%에서 올해 -1.8%로 마이너스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경기 침체에 건설업체들의 재무 여건은 급속도로 나빠졌다. 건설업(외감기업 기준) 매출액 대비 당기순이익은 2020년 4.7%, 2021년 4.9%로 증가했다가 2022년 3.6%로 주저앉았다. 금융비용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한 업체 수는 지난해만 1948개사에 달했다. 이는 2006년 이래 최대치다.
이날 정부는 지난달 10일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 방안’을 서둘러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저금리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갈아탈 대환보증 신설, 건설사가 보증한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대출 전환 확대(3조→5조원) 등 유동성 지원책이 있다. 종합건설사 등의 위기가 협력업체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도 내놓았다. 정부는 도급사 위기 시 하도급 대금을 발주자가 지급하는 발주자 직불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워크아웃에 들어간 태영건설은 지난 5일 기준 128개 착공 현장 중 80개가 발주자 직불로 전환됐다. 앞으로 대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발주자가 대신 하도급사에 대금을 지급하게 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공공이 발주한 현장이 발주자 직불로 모두 전환된 반면 태영건설의 63개 민간현장 중 직불 합의가 체결된 사업장은 15곳에 그쳤다. 국토부 관계자는 “발주자, 원도급사, 하도급사, 대주단 등 4자가 합의해야 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원도급사가 하도급 대금을 외상매출채권으로 발행하더라도 임금은 현금으로 직접 지급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정부가 위기 건설업 지원 대책을 다각도로 내놓았지만 가장 ‘약한 고리’인 하도급업체 종사자 피해는 이미 확산되고 있다. 이날 노동부가 발표한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의 임금체불액은 4363억원으로 전년 대비 49.2% 폭증했다. 산업 전체 임금체불액이 1조7845억원이었는데 이 중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4.4%로 제조업(30.5%)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8%에 그치는 것을 감안하면 체불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