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에 의협, 비대위 체제로 전환 “강력 투쟁”

비대위, 설 연휴 직후 파업 개시 가능성

상급종합병원 전공의 파업 논의 본격화

“엄정 대응” 정부, 지자체와 비상대책 수립

수련병원에 ‘전공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정부가 의대 증원 계획을 발표한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 의대정원 증원 규탄 홍보물이 부착돼 있다. 2024.02.06. 조태형 기자

정부가 의대 증원 계획을 발표한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 의대정원 증원 규탄 홍보물이 부착돼 있다. 2024.02.06. 조태형 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5년간 1만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의료계 내 반발 여론이 높아지면서 긴장감이 돌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7일 오후 8시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의결했다. 박성민 의협 대의원회 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가장 강력한 비대위를 구성하고 회원 모두가 참여하는 강력한 투쟁으로 정부의 오만과 독선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말했다.

비대위원장은 대의원회 운영위에 위임해 간선제 방식으로 선출하기로 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에 즉각적인 대응을 위해 비대위 체제를 조속하게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았다.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과 관련한 긴급 임시 대의원 총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과 관련한 긴급 임시 대의원 총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의협은 비대위 인선 절차를 마친 직후 지난해 12월 파업 찬반 투표 결과를 토대로 내부 의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설 연휴 직후 파업을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지난 6일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현원(3058명)보다 2000명 많은 5058명으로 증원해 5년간 유지, 1만명의 의사인력을 확충하겠다고 발표했다.

의료계에선 정부가 의대 증원 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반대한다. 의사 인력이 부족하지 않다며 의료이용 증가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악화, 의료교육의 질 저하 등도 반대 이유로 제시한다.

정부 발표 이후 서울시의사회·강원도의사회 등 각 광역 시·도의사회를 비롯한 각급 의사단체들이 잇따라 ‘파업’을 시사하며 정부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 상급종합병원 곳곳에서 전공의들의 파업 논의가 본격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7일 “현재로선 조용하지만 일단 대전협 (파업) 방침이 결정되면 전공의들의 참여율이 꽤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전공의들은 여러 의사단체 중에서도 파업 시 가장 파급력이 큰 집단으로 꼽힌다. 대형병원 중증·응급 환자 진료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최근 1만명 대상 설문에서 파업 찬성 응답이 88%라고 밝혔다. 대전협은 오는 12일 온라인으로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어 의료현안 대응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박단 대전협 회장은 이날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2000명은 해도 너무 지나치다.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정확한 의료인력 수급 추계 필요성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발표, 복지부의 (집단행동 금지) 명령 등 작금의 사태에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 의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대응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의사단체의 집단행동에 엄중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의사단체의 파업 결정이 나기 전부터 ‘법적 조치’를 꺼내 들었다.

보건복지부는 7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중앙사고수습본보(중수본) 회의를 열고 4개 관계부처와 17개 시·도와 함께 의사단체의 집단행동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복지부는 “일부 전공의들이 업무개시명령을 사전에 무력화하기 위해 집단사직서 제출을 검토함에 따라 의료법 제59조 전문의 수련규정 제15조 등에 의거, 수련병원에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를 명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의사단체가 집단휴진(파업) 시 업무개시명령 내리고 불응한 의사는 고발 조치할 수 있다. 이런 법적 조치를 피하기 위해 전공의들이 집단사직서를 제출하려는 방안을 검토하자, 정부가 단체 행동 움직임이라고 보고 사전 차단에 나선 것이다.

복지부는 “전국 개별 병·의원과 전공의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위반 등 불법행위는 신속하게 수사 착수해 출석요구하고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단체·인사에 대해서는 시·도 경찰청에서 직접 수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출석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신속 추적·검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복지부는 이날 오전 조규홍 장관 주재로 전공의를 교육하는 221개 수련병원의 병원장과 비대면 간담회를 열고 전공의의 파업 시 정부 대응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복지부는 전국 수련병원 상위 50개 병원에 현장점검 담당자를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이 7일 오전 221개 수련병원 병원장과 비대면 간담회를 하고 있다. 복지부 제공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이 7일 오전 221개 수련병원 병원장과 비대면 간담회를 하고 있다. 복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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