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털·미국 반발에 플랫폼법 돌연 연기, 소비자는 안 보이나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 제정을 돌연 연기했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지난 7일 “지금 정부안을 공개하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 있어 더 다양한 의견과 대안을 듣고 검토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지배적 사업자) 지정제를 포함해 다양한 대안을 열어놓고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법은 시장을 쥐고 흔드는 공룡 플랫폼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해 끼워팔기, 자사 우대, 타사 플랫폼 이용 제한 같은 부당 행위를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애초 설 연휴 전에 정부안을 공개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추후 일정도 제시하지 않고, 법의 핵심인 ‘지배적 사업자’ 지정을 포기할 수 있다는 의중까지 내비쳤다.

1년 넘게 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해온 공정위가 갑자기 갈지자 행보를 보인 것은 국내 업계와 미국의 반발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플랫폼법 제정 반대 성명을 냈다. 미국 상공회의소도 “(플랫폼법이) 외국 기업을 임의로 겨냥해 정부 간 무역 합의를 위반하게 한다”며 공정위에 우려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이런 반발은 예상했던 일이다.

공정위 규제에 찬성하는 거대 기업은 국경과 관계없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 12월19일 국무회의에서 공정위의 플랫폼법 제정 계획을 보고받고 “기득권이나 독점력을 남용해 경쟁을 제약하고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는 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힘을 실어줬다. 공정위는 당시 독과점 플랫폼의 주요 반칙 행위로 카카오T와 미국 업체인 구글 사례를 직접 거론했다. 대형 포털업체와 미국이 반대해도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였다.

지배적 사업자 사전 지정은 플랫폼법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대형 플랫폼 기업들은 낮은 가격과 수수료를 무기로 경쟁 기업이 나오는 것 자체를 막아버린다. 플랫폼 시장은 독과점 구축 속도가 매우 빨라 사후 규제만으로는 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어렵다. 사전 지정으로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 여부에 관한 판단과 반칙 행위 제재에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소상공인 10명 중 8명 이상이 플랫폼법 제정을 긍정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공정위 눈에 소상공인과 소비자가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공정위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플랫폼법안을 신속히 공개하고 입법 절차를 진행하기 바란다. 공정위의 최우선 고려 사항은 공정 경쟁 보장과 소비자 보호다.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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