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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의중만 좇는 수사와 법 집행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에게 비싼 핸드백을 준 최재영 목사를 주거침입죄로 수사한단다. 검찰이 벼르는 범죄는 누군가의 주거공간에 침입해야만 성립한다. 미리 약속을 잡은 데다 대통령 경호처의 경호를 거쳤으니 ‘침입’은 아예 성립하지 않는다. 고발이 있었다고 쳐도, 이런 경우엔 곧바로 무혐의 처분을 하면 그만이다. 챙겨야 할 사실관계나 법률 쟁점도 없는 이상한 사건일 뿐이다.

최 목사에게 범죄를 추궁한다면, 그건 제3자 뇌물제공이나 청탁금지법 위반 등을 따져봐야 한다. 김건희씨가 공직자는 아니지만, 대통령 부인이라는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다 인사를 비롯한 대통령의 국정운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정황이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다.

대통령은 자기 아내가 최 목사를 매정하게 대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이고, ‘정치공작’ ‘함정몰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작 비싼 핸드백을 덥석 받은 이유에 대한 납득할 만한 해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사실을 따져야 할 검찰은 대통령의 논리에만 충실할 뿐이다. 핸드백을 주고받은 게 청탁금지법 위반이라는 신고를 받은 국민권익위원회도 꿈쩍도 안 하고 있다. ‘반부패 총괄기관’이 ‘김건희 명품백’은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고 발뺌 중이다.

대통령 부인도 일을 할 수 있고 사무실을 운영할 수 있지만, 이런 식으로 뇌물까지 받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유독 대통령 가족들만 법의 지배에서 비켜나 있다. 국정운영의 기본인 견제와 균형, 감시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는 실형을 선고받고 수형생활을 하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법무부가 가석방을 검토하고 있단다. 언론 보도 직후 법무부는 ‘일절 검토한 바 없다’고 최은순씨 가석방 문제를 전면 부인했지만, 최씨는 지난달에 이미 가석방 심사 대상으로 꼽혔다. 법무부가 최씨를 풀어주겠다는 근거는 고령, 지병 호소, 초범, 그리고 ‘수감생활 중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모범수’라는 점이었단다. 전형적인 견강부회다.

재소자들은 대부분 수감생활 중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모범수다. 문제를 일으켜봤자 교정경찰에게 곧바로 진압되고 형벌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가석방으로 조금이라도 일찍 출소할 수 있는 길도 막혀버린다. 나이 많은 재소자도 많고, 재소자 둘의 하나쯤은 각종 질병을 호소한다. 감옥이란 곳이 신체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고통을 주는 곳이기에, 갇힌 사람들은 대개 몸과 마음이 아프기 마련이다.

최은순씨가 형기를 절반밖에 채우지 않았는데도 가석방이 된다면, 다른 재소자들에게도 똑같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대개 가석방은 형기의 80~90%쯤 살아야 가능하다. 2022년 한 해 동안 가석방을 허가받은 재소자는 1만281명인데, 이 중 60% 미만의 형기 복역만으로 석방된 경우는 38명, 0.37%에 불과하다. 중증 환자가 아니라면 0.37%의 높은 장벽을 넘어설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 시절은 물론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등 검찰의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을 때도, 그의 가족은 검찰의 법집행에서 비켜나 있었다. ‘공정과 상식’은 자신과 가족을 제외한 다른 사람에게만 요구하는 공격용 언사였을 뿐이다.

이는 김건희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개입했는지를 따져보기 위해 특별검사를 통해 수사해보자는 법률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대목에서 더욱 분명하게 확인된다. 김건희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통해 23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혐의가 사실이라면 부당이득의 2배인 46억원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남들에게는 “떳떳하면 수사받으라”고 윽박지르면서도 자기 가족에 대한 수사는 기필코 막아버렸다. 한때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사람이기도 하다.

수사가 중심을 잃고 대통령의 심기나 헤아리는 일탈을 반복하고 있다. 대통령과 그 주변에 대한 수사와 법집행은 야당 등 대통령의 정적에 대한 수사 및 법집행과 완전히 다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죄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을 잡느냐 그렇지 않냐로 달라졌다. 한쪽에선 상대를 모욕하고 괴롭히고 마침내 제거하는 것이 수사의 목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굴고, 다른 한쪽에선 어떤 범죄든 감싸고 묻어버리는 것이 제 역할이라도 되는 것처럼 굴고 있다. 국민이 위임해준 검찰권은 윤석열 대통령만을 위한 권력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수사는 흉기가 되어버렸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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