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부산시청에서 ‘부산이 활짝 여는 지방시대’를 주제로 연 11번째 민생토론회에서 “부산을 남부권 중심축이자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제2의 도시로 육성하기 위해 ‘글로벌 허브 도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물류·금융·첨단산업 거점도시로 만들기 위한 금융물류특구·투자진흥지구 지정 및 입주기업 재정·세제 지원 강화, 산업은행의 조속한 이전 등 부산 지역 공약을 쏟아냈다. 가덕도신공항, 북항 재개발, 경부선 지하화 등 지역 현안 사업도 다시 꺼냈다. 이날 민생토론회는 비수도권 지역에서 처음 열렸다. 지역 균형발전 방안을 모색한다는 취지였지만, 두 달도 남지 않은 총선의 부산·울산·경남권 공약 발표장을 방불케 했다.
윤 대통령은 집권 3년 차 ‘문제를 해결하는 행동하는 정부’를 표방하면서 민생토론회를 열고 있다. 신년 부처별 업무보고를 대신한 행사다. 지금까지 민생경제, 주택, 반도체, 상생금융, 교통격차 해소, 디지털·국민권익 보호, 의료개혁, 늘봄학교,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을 키워드로 나흘에 한 번꼴로 열렸다.
민생토론회에선 선심성 정책만 즐비하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노선 연장, 재건축 규제 완화 등 대형 이슈들은 공론화 과정 없이 깜짝 발표됐다.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 계획과 같은 재탕 정책도 있다.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연장과 상속세 완화 등 부자감세도 줄 이어졌다. 이처럼 민생토론회에는 ‘민생’도, ‘토론’도 없다. 일방적 ‘정책 홍보쇼’로 불리는 게 어울린다. 게다가 상당수 정책은 국회 입법이나 재원 대책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윤 대통령이 야당과의 협치를 거부해 실현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자칫 안 되면 말고 식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총선용 이벤트’가 될 수도 있다.
민생토론회는 부산을 빼면 서울, 경기 용인·성남·고양·수원·의정부·하남시에서 열렸다. 총선 승부처인 수도권이다. 대통령실은 민생토론회를 당초 10차례 정도 계획했다 총선 한 달 전인 다음달 초까지 15차례가량으로 늘렸다. 정책적 이슈가 있으면 언제든 개최하겠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민생을 구실로 여당을 지원하기 위해 ‘대통령 행차로 관권선거를 기획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소통 부족과 독선적 국정운영으로 민심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으면 어떤 정책도 성공하기 어렵다. 유권자 환심을 사려는 즉흥적 정책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윤 대통령은 하고픈 말만 하고 선심성 정책만 쏟아내는 민생토론회를 총선까지 이어갈 생각인지 무겁게 답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