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태원 참사 공직자 첫 단죄, 특별법 의미 일깨운다

이태원 참사 관련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이 14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공판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관련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이 14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공판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 때 사고 위험 정보보고서를 삭제토록 지시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이 14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와 같이 증거인멸교사와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교사 혐의로 기소된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역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태원 참사 관련 공무원에게 첫 유죄 판결이 나온 것이다. 공직자 책임을 묻고 단죄한 건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참사 16개월 만에야 겨우 하급 책임자 처벌이 이뤄진 건 만시지탄이고 유감스럽다.

경찰이 이태원 참사 전에 작성한 ‘핼러원 축제 공공안녕 위험분석’ 보고서 등에는 골목에 ‘많은 인파가 몰려 위험이 우려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아무런 예방 조치도 하지 않아, 서울 도심에서 159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하지만 간부들은 책임 회피에 급급해 조직적으로 이 사건의 수사·감찰을 방해했다. 재판부는 “초유의 인명 피해가 초래됐는데도 경찰의 책임을 축소·은폐하며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어렵게 했으므로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사안이 결코 가볍지 않고, 죄질이 불량하다고 매김한 것이다.

이들의 윗선 책임자인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검찰은 사건 송치 후 1년이 지나도록 기소 여부를 미루다가 수사심의위원회 기소 권고가 내려진 뒤에야 지난달 19일 늑장 기소했다. 행정 고위책임자인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어떠한 도덕적·정치적 책임도 지지 않았다. 윗선 책임 규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참사 원인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국회가 독립적인 조사기구인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을 담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올해 초 통과시켰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 7일 신년대담에서 유가족의 아픔은 언급도 하지 않은 채 넘어갔다.

이태원 참사의 첫 단죄는 문제 있는 공직자들에게 사회적 참사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반영돼 있다. 더 이상 이런 참사가 재발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요구도 담고 있다. 참사 원인도 다 드러나지 않은 이태원 참사의 특별법 제정 의미를 사법부 판결이 일깨운 것이다. 윤 대통령과 여야는 유족들의 절박한 진상규명 호소에 이태원특별법 재의안 처리·공포로 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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