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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공계의 어두운 미래 보여준 카이스트 ‘입틀막 사태’

지난 16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학위 수여식에서 일어난 카이스트 졸업생 ‘입틀막 사태’는 1970~1980년대 독재 시절로 돌아간 듯한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대통령실은 끌려나간 졸업생이 녹색정의당 당원이라며 순수한 행사를 정략적으로 이용했다고 비판했지만 가당찮다. 대통령이 연설하는 식장의 맨 뒤에서 손팻말을 들고 발언한 것이 전부였는데 경호팀이 사전 경고 없이 물리력을 행사한 것은 명백한 공권력 남용이자 표현의 자유 침해다. 윤 대통령이 모를까봐 다시 한번 적는다. 입이 틀어막히고 사지가 들려 쫓겨나는 상황에서도 카이스트 졸업생이 윤 대통령에게 하려던 말은 “연구·개발(R&D) 예산 복원하십시오”였다.

국민은 지난해 여름 윤 대통령이 한 일을 알고 있다. 어디서 누구에게 들었는지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28일 “나눠먹기·갈라먹기식 R&D는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R&D 카르텔’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 한마디에 1998년 외환위기 때도 줄지 않았던 과학기술 예산이 4조6000억원이나 삭감됐다. 그래놓고도 윤 대통령은 지난달 초 열린 2024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재임 중 R&D 예산을 대폭 늘리겠다”고 했다. 올해 R&D 예산을 전년 대비 14.7% 삭감해놓고 재임 중 R&D 예산을 대폭 늘리겠다니, 본인이 어떤 과오를 저질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는 건가.

설 연휴 전인 지난 7일 밤 공개된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나온 윤 대통령 발언도 듣는 귀를 의심케 했다. ‘어떤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으냐’는 사회자 질문에 윤 대통령은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서 미래를 준비한 대통령”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연구개발에 참여하는 모든 전일제 이공계 대학원생에게 석사는 매월 최소 80만원, 박사는 매월 110만원을 빠짐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이미 국가 프로젝트를 하는 대학 석박사들은 한 달에 100만원 이상 지원을 받았다.

새 학기를 앞두고 대학 연구실마다 연구를 중단하고 인건비를 줄이느라 뒤숭숭하다. ‘닥치고’ 예산 삭감으로 과학기술 인재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가 말살되고 있다. 카이스트 ‘입틀막’ 사태는 과학기술계의 암울한 미래를 예고한다. 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카이스트 졸업생과 학부모에게 사과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끌려나가는 카이스트 졸업생. X 영상 캡처

끌려나가는 카이스트 졸업생. X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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