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통·번역사는 기본급이 매년 최저임금 수준입니다. 같은 센터에서 일하는 선주민 동료는 호봉 기준표에 따라 임금을 받지만, 결혼이주여성이 담당하는 사업은 기준표를 적용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차별이 10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주여성 노동자가 16일 서울 종로구 여성가족부(정부서울청사 본관) 앞에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통번역사와 이중언어코치로 일하는 결혼이주여성 노동자의 처우 개선 및 차별 철폐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 하던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수빈 기자
“센터 관리자들로부터 출산 전까지 1년 동안 할 모든 사업과 업무를 8개월 안에 몰아서 하라는 업무 지시와 압박을 받으면서 임신 초기 단축 근무를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1년치 사업을 몰아서 하느라, 양수가 터질 때까지 일해야만 했습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는 1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결혼이주여성 노동자 처우개선 및 차별철폐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가족부는 가족센터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내에서 일하는 결혼이주여성 노동자에게 호봉 기준표에 따른 임금, 각종 수당과 명절휴가비, 모성보호제도 활용 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혼이주여성 노동자는 센터의 다른 선주민 노동자와 달리 호봉 기준표가 적용되지 않는다. 공공운수노조가 이달 초 진행한 ‘가족센터 및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중언어코치, 통·번역사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보면 응답자 131명 중 84.7%(111명)가 호봉 기준표에 따른 임금을 받지 못했다.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58.8%(77명)는 시간외 근무수당을 적게 받거나 전혀 받지 못했고, 51.9%(68명)는 가족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경력수당과 명절휴가비를 제대로 받지 못한 이들도 각각 16.0%(21명)에 달했다.

이주여성 노동자가 16일 서울 종로구 여성가족부(정부서울청사 본관) 앞에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통번역사와 이중언어코치로 일하는 결혼이주여성 노동자의 처우 개선 및 차별 철폐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모성보호제도 활용도 어려웠다. 이중언어코치로 12년간 일해온 B씨는 선주민 종사자들이 1회 4시간씩 평균 9번의 태아 검진을 할 때 1회 2시간씩 6번밖에 사용하지 못했다. 그는 “임신 초기 단축근무, 육아휴직, 유급 모유 수유 시간 등 법으로 보장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차별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2개월 23일의 짧은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뒤 2년간 아이가 자주 아파서 남은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여러 차례 거부당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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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지부는 “2021년부터 2022년을 지나며, 노조와 결혼이주여성 노동자의 싸움으로 센터에서 일하는 결혼이주여성 노동자 임금이 오르고 각종 수당이 지급되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그때 잠시뿐이었다. 여전히 결혼이주여성 노동자의 기본급은 최저임금 언저리를 맴돌고, 각종 수당은 예산 부족을 핑계로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여가부 측은 “기본 사업이 아닌 별도 사업들은 예산이 따로 책정되며 직무 범위와 자격 요건 등에 따라 인건비 단가를 선정한다”며 “결혼이주여성 노동자를 차별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매년 인건비 상승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 박채연기자 applaud@kh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