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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의료개혁이 의사파업 대책이다

입력 2024.02.19 20:11

의사들이 또다시 파업으로 의대 증원을 무산시키려 하고 있다. 이른바 ‘빅5 병원’ 전공의들은 19일 사직서를 제출한 뒤 20일부터 병원 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의사협회는 조만간 전체 회원 투표로 파업 일정을 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대한민국 의사들은 다른 나라 의사들과 달리 응급실과 중환자실까지 비우고 파업을 한다. 다른 나라 의사들은 자기 이익을 위해 파업을 하더라도 절대로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대한민국 의사들은 자기들 밥그릇을 지킬 수 있으면 “환자는 죽든 말든 상관이 없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막말이 의사들 단톡방에서 오간다고 한다. 전의사협회장은 2000년 의약분업 반대 파업 당시 의사들이 중환자실을 비우고 파업한 결과 환자가 방치되어 사망했던 사건을 언급하면서, “절대 의사들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한민국 의사들은 20년 넘게 파업을 무기로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부 정책을 무산시켰다. 2012년 포괄수가제도와 2014년에는 비대면진료 도입, 2020년 의대 증원을 무산시켰다. 이제는 의사들이 파업을 무기로 의료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잘못된 역사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몇년 안에 의료비는 미국 수준으로 치솟는데도 불구하고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 진료대란은 계속되고, 지방에선 대학병원이 아니면 중증 응급환자를 진료할 병원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까지 의사들 반대로 하지 못했던 의료개혁 정책으로 의료체계를 정상화하면 환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우리 의료체계를 지속 가능하게 바꿔낼 수 있다. 첫째, 무너진 의료전달체계를 복원하면 전공의들이 파업해도 대학병원이 중증환자 입원·수술을 미루지 않게 할 수 있다. 대학병원은 중증환자 위주로 진료하고 나머지 환자는 종합병원이나 동네병원에서 진료받게 하면 된다. 대학병원의 중증환자 비중이 40% 정도이니, 전체 의사 중 30~40%를 차지하는 전공의가 파업을 하더라도 중증환자는 계속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대학병원 교수들이 전공의 없이 중증환자를 진료하면 원가는 올라가고 당직은 더 많이 서야 하니, 이를 건강보험 진료비에 반영해줘야 한다. 대학병원의 중증환자 진료비를 적어도 15%는 높여줘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대로 백내장이나 관절 수술 같은 비중증 환자 진료는 계속하면서 암 환자 수술은 취소하는 대학병원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줘야 한다.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모든 기관 지정 평가, 의료질 평가 지원금을 포함한 진료비 가산, 향후 의대 정원 배정 등 복지부의 모든 정책에서 불이익을 줘야 한다.

둘째, 진료면허를 도입해 의대 졸업 후 적어도 2년 동안은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 등에서 수련을 거쳐야 혼자 환자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진료면허를 도입하면 인턴의 단체 사직과 의대생의 집단 휴학으로 인해 생긴 전공의 인력 공백을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미국, 영국을 포함한 많은 선진국에서 의료 질을 보장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니 더 늦기 전에 도입하는 것이 맞다.

셋째, 의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의료행위를 능력을 갖춘 다른 의료 인력이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 파업으로 인한 진료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미 큰 병원에서 2만명 넘는 간호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등이 진료보조인력(PA)으로 의사 업무를 대신하고 있으니 지금 당장 제도화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마취간호사를 적극 활용하면 대학병원에서 취소되는 수술을 줄일 수 있다. 응급의학 전문의만 응급실 전담전문의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불필요한 규제도 이번 기회에 풀어야 한다. 아픈 환자를 잘 치료하라고 의사들에게 준 독점적인 권한을 거꾸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무기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
의료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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