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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방패막이 삼은 축구협, 여론 눈치만

입력 2024.02.19 20:19

수정 2024.02.1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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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방패막이 삼은 축구협, 여론 눈치만

대표팀 팬들은 온라인에서 다툼
“캡틴에게 감히, 이강인 다시 봐”
“손흥민 꼰대질이 문제” 공격도

비판 피하려는 임원 등 책임자들
후임 감독 후보 설 흘리며 ‘관망’

아시안컵 기간 한국 남자축구대표팀 선수단 내부 불화가 공개적으로 인정된 가운데, 수석코치였던 안드레아스 헤어초크까지 대회 실패를 선수단 불화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했다. 선수단 불화가 대한축구협회와 위르겐 클린스만 코칭스태프의 실패를 가리는 방패막이로 사용되면서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늦추고 한국 축구만 병들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헤어초크는(사진) 18일 자국 오스트리아 매체 크로넨차이퉁 기고를 통해 4강전을 앞두고 식당에서 벌어진 손흥민(32·토트넘)과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의 감정적인 싸움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몇달 동안 공들인 부분이 불과 몇분 만에 무너졌다”고 패인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앞서 클린스만이 전력강화위 회의에서 대회 실패를 두 선수 탓으로 돌렸던 것과 판박이다.

클린스만은 한술 더 떠 자국 시사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카타르 아시안컵을 돌아보며 “절대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한국 대표팀에 불어넣었다”고 자화자찬했다.

클린스만 사단의 선수단 갈라치기에 대표팀 내 세대 갈등 골만 깊어지게 됐다. 대표팀 팬들은 이미 손흥민과 이강인을 중심으로 갈라서 서로를 공격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강인 팬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손흥민의 고압적인 리더십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들은 “각자 프로 선수인데 꼰대질이 지나쳤다” “술 마시거나 여자 만나러 가는 것도 아닌데 동료끼리 탁구 치러 간다는데 시비를 걸면 나라도 들이받겠다”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손흥민 팬들은 이강인의 인스타그램에 몰려가 “군 면제 받았으니 대표팀 안 해도 되는 거냐” “어디 캡틴에게 감히? 다시 봤다” 등 공분을 쏟아냈다. 일부 팬들은 4강 요르단전 몇몇 장면을 들며 이강인이 의도적으로 손흥민에게 패스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실제 패스 지표를 비교하며 시시비비를 따지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당장 다음달로 다가온 월드컵 지역 예선을 앞두고 갈등 봉합을 더욱더 어렵게 만든다. 선수들은 자신들을 지지하는 팬들의 의견에 민감할 수 있으며, 팬들 간 다툼이 선수들 사이의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선수단 갈등으로 시선이 쏠리고 논란이 장기화하면서 정작 중요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적기를 놓치고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선수 방패막이 삼은 축구협, 여론 눈치만

김대길 스포츠경향 해설위원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체계적이지 못했던 부분들이 누적된 결과”라면서 “앞으로 전력강화위원회의 역할과 구성, 감독의 책임을 따져 물을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하는데 특정 선수들 잘잘못을 따지는 데 이런 논의들이 함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드컵 지역 예선 대책, 대표팀 운영에 대한 구체적 고민 등은 사라진 채 협회 일부 임원들은 특정 인물의 전력강화위원 선임과 감독 국적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며 여론을 살피고 있다.

선수단 갈등 국면이 장기화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등 기준 설정에 대한 논의가 늦어질수록 과거처럼 불투명한 의사 결정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한국 축구 시스템은 선수 개인의 능력에 의존하는 형태로 후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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