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 한 은행에 금리 안내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조태형 기자
지난해 4분기 가계빚이 1886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이 15조원 넘게 늘며 큰 폭의 증가세를 유지한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3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86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존 역대 최대 기록이었던 지난해 3분기 말(1878조3000억원)에서 8조원 늘어난 것이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 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빚’을 뜻한다.
가계신용은 금리 인상 등 통화 긴축의 영향으로 2022년 4분기(-3조6000억원)와 2023년 1분기(-14조4000억원)에 두 분기 연속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2분기(+8조2000억원), 3분기(+17조원) 증가한 데에 이어 4분기에도 증가세를 유지했다. 다만 4분기 가계신용 증가폭은 2, 3분기에 비해서는 줄었다.

자료: 한국은행
가계신용 중 판매신용(카드대금)을 빼고 가계대출만 보면, 4분기 말 잔액은 1768조3000억원으로 전분기말 대비 6조5000억원 증가했다. 증가폭은 3분기(14조4000억원)보다 줄었다.
특히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064조3000억원으로 전분기 말 대비 15조2000억원 급증했다. 반면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잔액은 8조7000억원 감소한 703조9000억원으로 9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유했다.
서정석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지난해 4분기 가계대출이 6조5000억원 증가했지만 증가폭은 3분기보다 줄었다”며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 모기지(담보대출) 공급 속도 조절과 50년 만기 대출 상품 판매 제한 등의 영향”이라고 밝혔다.
서 팀장은 주택담보대출이 지난 4분기에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에 대해서는 “서울 입주 물량이 4분기에 몰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4분기 가계 판매신용 잔액은 118조1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조5000억원 증가했다. 3분기(+2조7000억원)에 이어 두 분기 연속 증가세로 연말 계절적 요인으로 신용카드 사용이 늘어난 영향이다.
지난해 연간 가계신용은 18조8000억원 증가했다. 2003년, 2022년에 이어 통계작성 이래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증가폭이다. 특히 가계대출은 18조4000억원 늘어나, 가계대출이 감소했던 2022년을 제외하고 증가폭이 가장 작았다.
서 팀장은 “지난해 연간 가계대출 증가폭은 전반적인 주택 거래 부진 등의 영향으로 2022년을 제외하면 2003년 통계작성 이래 가장 작았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이 참석하는 ‘가계부채 리스크 점검회의’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지난해 가계신용이 안정적으로 관리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올해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과 하반기 중 주택시장 회복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가 빨라질 수 있어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김 부위원장은 “금감원을 중심으로 개별 금융회사의 유형별·용도별 대출 추이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과도한 금융회사 등에 대해서는 자체 관리 방안 등을 신속히 협의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