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거리 305km 달해…전선 후방 타격
공화당 장악한 하원 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
미국 정부가 크름반도까지 사정권에 넣을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현지시간) NBC는 미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의회의 예산 통과 후 에이태큼스(ATACMS) 장거리 기종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이태큼스는 사정거리가 305㎞에 달하는 장거리 미사일로, 앞서 프랑스와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스칼프(스톰섀도) 미사일(250㎞)보다 사거리가 길다. 우크라이나는 에이태큼스로 2014년 러시아가 강제병합한 크름반도 깊숙한 곳까지 사정권에 넣을 수 있게 된다.
앞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줄기찬 요구로 지난해 10월 집속탄을 탑재한 에이태큼스를 지원했고 전장에서 사용됐지만, 이는 구형 기종으로 최대 사거리가 160㎞인 중거리 미사일이었다. 우크라이나 측 요구와 달리 미국이 중거리 기종을 지원한 것은 자칫 미국이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공격을 시도해 확전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미국은 당시 에이태큼스를 지원하며 러시아 영토를 공격해선 안 된다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다만 미국 정부가 장거리 미사일 지원을 결정하더라도 의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 상원이 논란 끝에 지난 13일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601억달러(약 80조원)를 포함한 953억달러(약 127조원) 규모의 안보 패키지 예산을 통과시켰지만,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하원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의 에이태큼스 재고가 한정돼 있어 비축량을 채울 예산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우크라이나에 에이태큼스를 인도할 가능성은 낮다”고 NBC에 말했다.
다만 미 당국자들은 의회가 예산안을 승인하면 우크라이나에 가장 먼저 보낼 무기 목록에 에이태큼스를 포함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동맹국들에게 우크라이나에 에이태큼스를 보내 달라고 먼저 요청한 뒤, 이후 미국이 동맹국들의 재고를 보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는 최근까지 후방의 러시아 군수시설과 병참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이 절실하다며 사거리 300㎞ 이상의 에이태큼스 기종 지원을 콕 집어 요구해왔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지난 17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장거리 미사일 문제를 논의하는 데 회담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며 장거리 기종 에이태큼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전방 부대를 방문해 “서방의 무기 지원이 지연되면서 전방 상황이 극도로 어려워졌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이 포탄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최전방 대공 방어 능력과 장거리 무기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수개월간 격전 끝에 러시아군에 동부 도네츠크주 아우디이우카를 빼앗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