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유죄 파기’ 사례 활용
‘전화·문자 수신 마라’ 공유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본격적으로 근무를 중단한 20일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700여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의료법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정부는 2000년 의약분업, 2014년 원격의료 반대, 2020년 의대 정원 확대 반대 사태까지 총 세 차례 의사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2000년 파업은 형사처벌로도 이어졌다. 검찰은 김재정 당시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신상진 의권쟁취투쟁위원장(현 경기 성남시장) 등을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1·2·3심 법원은 모두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했다”고 인정했다. 김 전 회장 등은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다만 신 시장 등 3명은 “업무개시명령 송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대법원은 업무개시명령서 등기우편이 자택에서 반송된 경우와 문이 닫힌 병원에 발송된 경우 모두 “적법하게 송달돼 효력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정부가 휴업 중인 전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공고를 했더라도 ‘개별 의사 주소 확인이나 송달이 불가능하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면 송달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봤다.
이번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에서도 ‘송달’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전공의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대처법을 공유하고 있다. 모르는 전화를 받지 않거나 문자메시지 등을 확인하지 않는 식으로 송달을 피하라는 것이다.
정부는 과거처럼 송달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법적 검토를 마쳤다고 밝혔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정부는 (송달과 관련한)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를 다 검토했으며, 각각에 대한 법적 효력을 발휘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검토를 마쳤다”고 밝혔다.
업무개시명령 자체를 둘러싼 위헌 논란도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질 때마다 사실상 의사에게 ‘강제노동’을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반발해왔다. 신체와 직업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