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급 그린벨트까지 풀어 ‘표심 잡기’

윤지원·김경민·유설희 기자

정부, 지방 토지규제 개선안 발표

울산 등 지역전략사업 지정 땐
총량 제한 없이 무한 해제 가능
“총선용 정책…환경파괴 우려”

이르면 오는 5월부터 울산·경남 등 지역전략사업이 지정되는 비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대폭 해제된다. 그린벨트 해제 가능 총량 제한에 관계없이 무한대로 풀 수 있고, 보전 가치가 높은 1·2등급지도 투자가 들어오도록 규제가 완화된다. 정부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세웠지만,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 표심을 잡기 위한 선심성 정책이란 비판과 함께 난개발·환경 파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21일 울산에서 개최한 13번째 민생토론회에서 ‘토지이용규제 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방 일자리를 만들고 활력을 불어넣을 첨단산업단지를 만들려 해도 그린벨트에 막히는 경우가 많다”며 “그린벨트 해제의 결정적 장애였던 획일적인 해제 기준을 20년 만에 전면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내놓은 개편안은 2001년 7개 대도시권에 대한 조정안 발표 이래 전국 권역을 대상으로 한 가장 큰 단위의 규제 완화다.

우선 비수도권에서 지역 주도로 전략사업을 추진할 경우 해당 지역은 그린벨트 해제 가능 총량에서 제외된다. 지자체가 추진하는 지역전략사업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되면 사실상 무한대로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울산 친환경자동차, 창원 등 경남 지능형기계·항공 등이 지역전략사업 지정 후보로 거론된다. 개발 자체가 원칙적으로 금지됐던 환경평가 1·2등급지도 비수도권에 한해서 해제가 가능해진다.

울산의 경우 행정구역의 25.4%가 그린벨트이고, 이 중 81.2%가 개발 불가능한 환경평가 1·2등급이다. 이 때문에 울산에선 그린벨트 해제가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공약이었다.

현재 336개 지역에서 용도 지정 등을 통해 관리하는 토지이용규제도 앞으로는 추가 규제 신설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기존의 토지규제지역도 5년마다 존속 필요성을 검토해 적극적으로 없앤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3㏊ 이하 소규모 자투리 농지에도 앞으로는 지역 주민이나 인근 산업단지를 위한 편의시설이 들어올 수 있다. 지역 내 계획관리지역, 농림지역 내 보전산지 등에 대한 건폐율, 증축 규제도 완화된다. 계획관리지역 내 40%로 묶어둔 공장 건폐율 기준이 70%까지 풀리고, 농림지역 보전산지가 해제되면 기존 공장들도 증·개축이 가능해진다.

전문가들은 총선을 의식한 무분별한 규제 완화책이라고 비판했다. 최봉문 목원대 교수는 “마구잡이식으로 규제가 풀리면 그린벨트이던 외곽 위주로 개발이 되고, 구도심은 정리가 안 된 채로 망가져 인구소멸을 부추길 수 있다”며 “보존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약속하에 보호해온 1·2등급지가 망가지면 그 속에서 살아야 하는 후세대의 미래는 암담하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규제 완화는 법 개정 없이 국토교통부 훈령(개발제한구역의 조정을 위한 도시·군관리계획 변경안 수립지침)만 고치면 추진할 수 있다. 정부는 5월 안에 관련 지침을 개정, 즉각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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