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국민연금 기금 30년 뒤 고갈…신·구세대 연금 나눠야”

반기웅 기자

신연금에 ‘완전 적립식’ 도입 제안

“15.5% 요율로 소득대체 40% 가능”

재정 부족분은 일반재정으로 충당

오는 2054년이면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모두 고갈될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국민연금이 지속 가능하려면 뒷세대의 보험료로 앞세대 연금을 지급하는 현행 연금체계를 폐지하고, 자기가 낸 만큼 돌려받는 ‘신연금제’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내놨다.

2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낸 KDI 포커스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을 보면 현행 연금 제도 유지 시 적립기금 규모는 2039년에 최대 1972조원에 도달한 뒤 점차 감소해 2054년에 모두 소진된다.

기금이 바닥난 뒤에도 약속한 연금을 지급하려면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35% 내외까지 올려야 한다. 기금 소진 이후 세대에 35% 내외의 보험료율을 물리는 구조여서 이렇게 되면 세대 간 형평성 문제를 피할 수 없다.

KDI는 형평성 문제가 생기는 주요 원인으로 앞세대의 과도한 기대수익을 꼽았다. 현행 연금 제도는 앞세대의 기대수익비가 ‘1’보다 크도록 설계됐다.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와 기금의 기대 운용수익을 합친 금액보다 사망 시까지 받을 것으로 약속된 총급여액이 훨씬 많다는 의미다.

이강구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누군가가 1보다 더 갖고 가면 누군가는 그보다 적게 갖고 갈 수밖에 없다”며 “현재의 연금 제도는 그 부담을 미래세대에게만 떠넘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려면 자기가 낸 돈은 자기가 돌려받아 ‘기대수익비 1’을 보장하는 완전 적립식 연금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개혁 시점을 기준으로 윗세대는 구연금, 미래세대는 신연금으로 분리해 윗세대는 기존 산식대로, 미래세대는 새로운 산식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개혁 시점부터 납입되는 모든 보험료는 신연금의 연금기금으로 적립해 향후 기대수익비 1의 연금 급여를 지급할 수 있다.

KDI는 연금개혁이 이뤄지면 신연금 보험료율을 15.5% 내외까지만 인상해도 40%의 소득대체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연금개혁으로 기금 고갈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되면 구연금은 기존 적립기금만으로 향후 연금 급여 총액을 충당하지 못한다. 당장 개혁할 경우 구연금 미적립충당금(재정부족분)은 올해 기준 609조원으로 추산된다. 만약 5년 후에 개혁이 단행된다면 재정부족분은 869조원으로 불어난다. KDI는 연금개혁 과정에서 생기는 재정부족분은 신연금에 전가하지 않고 일반재정으로 충당할 것을 제안했다.

신연금 도입으로 미래세대가 낸 만큼 돌려받는다 해도 형평성 문제는 남는다. 구연금 제도하에서 보험료를 납부해 온 기성세대의 기대수익비는 여전히 ‘1’을 웃돈다.

예컨대 현재 60대에 이른 1960년생의 기대수익비는 2를 넘고, 1974년생의 기대수익비도 1.5 내외에 이른다. 하지만 이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2006년생 이후 세대의 기대수익비는 1에 그친다. 기대수익비 1은 사적보험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국민연금의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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