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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농할쿠폰’으로 사과값이 잡힐까

입력 2024.02.22 20:16

수정 2024.02.2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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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치자 눈이 내린다. 추워도 볕 좋은 겨울 날씨를 만나기가 어렵다. 농가는 일조량이 너무 모자라 발을 동동 구른다. 딸기가 한창 쏟아져 나올 때인데 모종 농사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습해로 딸기에 곰팡이가 슬고 아주심기가 끝난 브로콜리는 햇빛을 못 봐 누렇게 떠버렸다. 농사는 햇빛, 바람, 흙, 물, 사람 손길의 조화 속에서 이루어지건만 거저 주어지던 햇빛이 속을 썩인다. 이런 기후재난 시대에 고물가까지 겹쳐 사과 한 알 먹기가 어렵다.

최근 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 ‘농식품 물가 이슈, 진단과 과제’를 보면 물가 중에 농축산물이 차지하는 가중치는 낮은 편이다. 다만 외식비와 해외 원재료 수급에 영향을 받는 가공식품 가격이 많이 올랐다. 통계보다는 체감이 즉각적이어서 농산물이 물가가중치가 낮다는 말은 거짓말 같다. 다만 농축산물은 자주 사고, 가격 정보가 많아 체감도가 높으며 사과는 대표적인 민감품목이다. 10년에 한 번 들이는 세탁기로는 물가 가늠이 어려워도 사과값에는 촉이 발동한다.

민심은 물가에서 나온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 구호가 나올까 싶어 모든 정부는 물가 관리에 사활을 건다. 라면값을 올리지 말라고 압박하거나 농산물 수입 관세를 경감하는 저율관세율할당(TRQ)을 통해 해외에서 들여와 시중에 풀기도 한다. 마늘, 건고추, 계란, 닭고기 등이 그렇게 급히 들어왔고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사과수입 카드도 만지작대고 있다. 여기에 큰 비중은 아니어도 농축산물 할인지원, 일명 ‘농할쿠폰’ 제도도 병행 중이다.

대형마트나 온라인몰, 전통시장과 농협, 로컬푸드 매장을 선정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예산을 배치해 1주일에 1인 1만원 한도 20% 할인을 해준다(전통시장 2만원 한도, 30% 할인). 본래 2020년 팬데믹 상황에서 소비촉진을 목적으로 일시적으로 도입되었다. 학교 급식도 멈추고 식당도 일찍 닫으니 농민들은 판로를 잃고 소비자들은 움츠러들어서다. 팬데믹이 한풀 꺾인 뒤엔 이번엔 고금리와 에너지 가격상승으로 고물가가 문제였다. 이에 현 정부도 ‘농할’을 이어갔으나 ‘물가안정’의 기조만 맞추려 들자 농업 현장은 엇박자가 나기 시작했다. 기존엔 매장에서 할인품목을 정했으나 지금은 주 단위로 지정해 내려보낸다. 이번주 할인품목은 사과, 배, 대파, 시금치, 토마토, 감귤이다. 해당 품목을 사면 득이지만 해당 품목 생산자가 아닌 농민들에겐 혜택이 안 간다. 소비자 접근성이 좋다는 이유로 ‘농할매장’의 절반을 대형마트가 차지하면서 대형마트가 없는 고장의 소비자들은 밀려난다. 농할매장으로 선정된 중소형마트나 로컬푸드매장이 동네에 없다면 접근이 어렵다. 제로페이를 써야 하는 전통시장의 경우 할인 폭은 더 커도 전통시장을 애용하는 고령자들의 모바일기기 활용이나 정보취합이 어려워 나이에 따른 차등이 생긴다.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시기에 할인쿠폰을 준다면 ‘생큐’하고 받아들이면 그뿐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정도로 물가가 잡히는지는 냉정히 봐야 한다. 반짝세일도 아니고 365일 세일이면 그 마트 값은 원래 그러려니 한다. 하여 농축산물 할인지원이 가격 왜곡의 가능성이 있어 모두에게 득이 안 된다는 지적을 정부 산하 연구기관에서도 하고 있다.

올해 금(金)사과가 된 이유는 기후 위기 문제만 얽혀서가 아니다. 몇년간 인건비와 농자재비가 너무 올라 생산비 압박이 누적된 결과다. 지금의 체증이 소화제 복용이 아니라 수술과 치료가 필요한 상태이건만 당장 형편이 어렵다고 약국만 드나드는 형국이다. 한정된 예산에서 아껴 써야 한다지만,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아도 지금은 무너져가는 농업생산기반을 방어해야 할 때다. 늙은 농민이 사과나무를 기어이 심는 마음이 무엇이겠는가. 지금이 아니라 훗날 후손들에게 사과를 딸 수 있도록 길을 터주려는 마음일 것이다. 지금은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어야 한다.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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