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 차 8개월째 최대
한국은행이 22일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물가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크고, 가계부채 증가세도 뚜렷하게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통화 긴축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도 “너무 빠른 금리 인하는 위험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전원일치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1월 0.25%포인트 인상 후 9회 연속 동결이다.
금통위는 “물가상승률이 둔화 추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전망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데다 주요국 통화정책과 환율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는 만큼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금통위원 다수는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8%로 전달보다 0.4%포인트 낮아졌으나 여전히 한은의 목표 수준(2%)보다 높고, 기존 전망대로 둔화할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큰 상황이어서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가 울퉁불퉁한 길을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통위원 대부분은 아직 금리 인하 논의를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이날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도 석 달 전과 같은 2.1%로 유지했다. 지난해 11월 전망 당시와 비교해 수출 등 대외 여건은 개선됐지만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흐름은 오히려 나빠졌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이 총재는 “경제전망이 지난해 11월과 큰 차이가 없어서 올 상반기에 금리를 인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통위원 1명은 3개월 이내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소비가 당초 전망보다 부진해 물가 압력이 약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내수 부진에도 사전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한은 예상대로 둔화 흐름이 이어진다면 하반기 인하 가능성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는 지난해 7월부터 역대 최대인 2.0%포인트가 유지되고 있다. 이 총재는 연준보다 금리를 빨리 내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 “미국 통화정책과 국내 경기, 외환 등을 종합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총선 이후 본격화할 것이라는 ‘4월 위기설’에 대해 “굉장히 큰 오해”라며 “모든 PF가 살아날 수는 없지만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며, PF는 금리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