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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챙긴다더니, 취약계층 예산 1조원 집행 안 한 정부

입력 2024.02.25 19:45

수정 2024.02.2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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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해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책정한 예산 중 집행하지 않은 금액이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경향신문이 기획재정부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내용을 보면, 지난해 기초생활보장제도 가운데 하나인 의료급여의 불용액 규모가 7000억원에 달했다. 불용액이란 국회를 통해 확정된 예산 중 정부가 쓰지 않은 돈을 말한다. 고령층에 지급되는 기초연금 지원 예산 불용액도 3306억원에 달해 두 항목만 합쳐도 1조원이 넘는 취약계층 지원 예산이 사용되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책정된 예산에 비해 수요가 적어 불용이 발생했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의료급여와 기초연금은 의무지출 성격이 강한데도 이처럼 불용액이 큰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경기침체, 감세와 긴축재정 기조 때문에 각 부처가 계획대로 예산을 집행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막대한 ‘예산 불용’을 초래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정부가 “방만한 재정운용에서 벗어나 건전재정 기조하에 약자 보호 등 연대와 공정의 가치 확립에 집중”한다더니 그 결과가 취약계층 예산 불용인지 묻고 싶다.

지난해 한국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삼중고를 겪으며 그 어느 때보다 서민들의 고통이 컸다. 경기가 위축되거나 소비가 부진할 때는 정부가 적극적 재정을 통해 이를 방어하는 게 재정운용의 기본 원칙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기업 감세 드라이브를 이어갔고, 재정도 긴축기조를 풀지 않았다. 지난해 56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펑크’는 예견된 참사였다. ‘부자 감세’에 따른 재원 부족은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출의 발목을 잡았고, 결국 정부 재정이 가장 필요한 취약계층이나 당장 눈으로 드러나지 않는 환경 분야에 대한 예산부터 영향을 받는 악순환으로 이어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4월 총선을 앞두고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증권거래세 인하 등 전보다 강한 감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서민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제대로 주목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전세사기 피해 여파로 초소형 오피스텔 월세가 치솟으며 청년들의 주거난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고, 가계빚은 서민들을 여전히 괴롭히고 있다. 정부는 재정운용의 획기적 변화와 함께 서민·취약계층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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