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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와서 참 좋다

작년 11월부터 지금까지 지구가열화로 날씨가 따뜻하고 비가 많이 내렸다. 이러한 기상 환경이 봄철로 이어지면 작년 늦가을에 심어 둔 양파에 노균병 같은 병이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경상남도농업기술원에선 지금부터 여러 가지 약제(농약)를 바꿔가며 뿌려야 한단다. 한 종류 약제를 뿌리면 그 약제에 내성이 생겨 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독한 농약을 뿌리면 양파는 살아날지 모르지만 흙은 병들고 지하수도 오염될 것이다. 농약은 개울로 흘러 강으로 바다로 갈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 몸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앞으로 병든 농작물을 살리려고 서너 번 뿌리던 농약을 대여섯 번 뿌려야 할 것이다. 그래도 안 되면?’

이런 생각을 하면 어쩐지 쓸쓸하다. 아무튼 겨울이 지나가고 산골 마을에도 봄이 오고 있다. 지난겨울엔 집과 마을회관에서 움츠리고 계신 마을 아지매(할머니)들과 ‘몸살림운동’을 함께해 보았다. 말 그대로 스스로 몸을 살리는 운동이다. 머리를 들고 허리를 세우고 가슴을 펴는 단순한 운동이다. 그냥 가벼운 체조라고 할 수도 있다. 서서도 할 수 있고 앉아서도 할 수 있고 누워서도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산골은 밭농사가 많아 하루 내내 쪼그려 앉아 일하는 아지매들은 허리와 무릎, 어디 한 군데 성한 데가 거의 없다. 산골인 우리 마을은 작은 병원에 가려고 해도 버스를 타고 30~40분쯤 가야 하고, 조금 큰 병원에 가려면 1시간 넘게 가야만 한다. 어지간하면 아파도 참고 만다.

그래서 겨울엔 마을회관에서 아지매들과 날마다 몸살림운동을 해 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아지매들한테 소원을 물어보면 하나같이 이렇게 말씀하신다. “안 아프고 살다가 잠결에 죽는 기다. 아파서 자식들 고생시키모 큰일 아이가.” 그 소박한 소원을 조금이나마 이루어 드리고 싶었다.

“우리 모두 될 수 있으모 병원에 안 가고 살아야 합니더. 병원에서 주는 약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할 때도 많지예. 더구나 병원에 가려면 시간과 돈도 많이 들고요. 그러니까 남의 힘 빌리지 않고, 스스로 몸을 다스릴 수 있는 운동을 같이 해보입시더. 저녁밥 늦게 드시면 소화가 잘 안 되니까 일찍 드시고 7시쯤 오이소.”

아지매들은 집에서 저녁밥 드시고 마을회관으로 오신다. 혼자 사시는 아지매들은 날마다 오신다. 손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두드리기, 발목 돌리기, 발바닥 누르기, 손목과 어깨 돌리기, 어깨치기, 누워 만세 부르기, 팔꿈치 받치고 손 털기…. 이런저런 운동을 같이하다 보면 1시간이 금방 간다. 아지매들은 겨울철에 혼자 집에 있거나 마을회관에 모여도 거의 페트병에 물을 채운 베개를 베고 누워 계신다. 때론 텔레비전을 보면서 이웃들 이야기를 늘어놓으신다. 그 시간에 같이 웃고 힘차게 운동을 하는 아지매들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는 걸 보면, 나도 모르게 힘이 절로 솟는다.

“아이고, 선상님 오셨네요. 요즘은 집에 혼자 있어도 여기서 배운 운동을 하거만요. 온몸을 두드리고 나모 우찌나 시원하고 기분이 좋은지 몰라요.” “늙은이들 건강하게 살라고 맨날 이리 운동을 가르쳐 주어 고마버서 우짜지요. 물이라도 한 잔하고 가이소.” 이런 말씀을 들으며 이번 겨울, 별 탈 없이 잘 보내고 새봄을 맞는다. 다시 봄이 와서 참 좋다.

서정홍 산골 농부

서정홍 산골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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