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으로 박용진, 노웅래, 홍영표 의원 등이 보인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총선 후보 공천에서 배제된 비이재명(비명)계 인사들의 탈당이 잇따르고 있다. 하위 20% 통보를 받은 의원을 포함해 일부 비명계·친문재인(친문)계 의원들이 연쇄 탈당 등 집단행동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비명횡사’ 불공정 공천 논란이 민주당의 총선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설훈(경기 부천시을) 의원은 27일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표의 대표직 사퇴와 총선 불출마를 요구한 후 탈당을 선언했다. 설 의원 등 비명계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민주당 연쇄 탈당 등 집단행동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에 참여한 한 의원은 “하위 통보를 받은 의원뿐만 아니라 현재 당이 부당하다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탈당 후 행보에 대해선 의원들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르다”라고 말했다. 하위 10% 통보를 받은 설 의원은 전날 라디오에 출연해 탈당을 시사한 바 있다.
탈당과 여당 및 제3정당 합류 움직임은 이날도 이어졌다. 박영순 의원(대전 대덕구)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의 사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에서는 정당 민주주의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기에 진정한 민주주의 정당을 새롭게 꿈꾸며 탈당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현역 의원이 탈당해 제 3지대로 당적을 바꾼 첫 사례다.
박 의원은 “이재명 지도부는 지난 대선 경선에서 상대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비명계라는 이유로 저를 하위 10%라며 사실상 공천 탈락의 표적으로 삼는 결정을 내리고 통보한 바 있다”며 “새로운미래에 합류하겠다”고 선언했다. 새로운미래는 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전 총리가 이끄는 신당이다. 박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이 전 총리 측을 도와 당내에서 ‘이낙연계’로 분류됐다.
박 의원은 당 지도부를 향해 “동료 의원들을 조롱하고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는 태도를 노골화하며 공천이 아닌 망천을 강행하는 무모함과 뻔뻔함에 질려 더 이상의 기대와 미련은 어리석은 것임을 깨닫고 탈당 결심을 하게 됐다”며 “작금의 민주당은 ‘이재명 당 대표 1인의 지배’를 위한 사당으로 전락하고 방탄과 사욕을 위한 전체주의 집단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후보자 검증 단계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김윤식 전 시흥시장은 이날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 소속으로 시흥을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시흥을은 친명계인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의 지역구다. 김 전 시장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을 혼쭐내고 이재명 사당을 심판하는 것이 정치 발전에 기여하는 길이라는 생각으로 이 길에 나섰다”며 “민주당과 조정식 사무총장은 4년 전에는 나를 전략공천으로 뭉개더니 이번에는 부적격 처리로 또 뭉갰다. 불출마도 생각했지만, 민주당을 지키고 있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민주당 탈당 선언을 한 현역 의원은 박 의원을 포함해 현역 평가 하위 20%를 통보받은 김영주 의원(서울 영등포갑), 경선에서 배제된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 등 총 3명이 됐다. 다만 김 의원과 이 의원은 새로운미래 합류 등 향후 거취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국회 부의장직을 겸한 김 의원은 오는 29일 본회의가 끝난 뒤 탈당계를 당에 제출할 예정이다.
공천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계파 갈등도 극에 달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오전 회의를 열고 서울 중·성동갑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배제하고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우선추천)하기로 결정했다. 친문계 상징으로 불리는 임 전 비서실장은 자신의 옛 지역구인 서울 중·성동갑 출마 의사를 고집해왔다. 임 전 실장은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힌다.
공천 불복 움직임도 거세다. 민주당과 진보당의 단일화 합의로 사실상 공천이 배제된 이상헌 의원(울산 북구)은 이날 “정당한 협상과 합의를 위해선 당사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게 필수적이지만 저에게 설명이나 상의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같은 지역구 윤종오 진보당 후보에 경선을 제안했다. 이 의원은 윤 예비후보 측이 불응할 경우 출마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