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폭탄, 저소득층만 허리띠 졸라맸다

이창준 기자

1분위, 식료품·주거비 등 모든 지출 줄여…고소득층은 늘어

물가 반영 실질 근로·사업소득은 코로나 이후 첫 동반 감소

고물가 폭탄, 저소득층만 허리띠 졸라맸다

소득 하위 20% 가구의 지출 규모가 1년 전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파르게 오른 물가가 다른 계층보다 저소득층의 소비를 더 크게 위축시킨 결과로 풀이된다. 가계소득은 2분기 연속 증가했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처음 동반 감소했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23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1분위(소득 하위 20%) 계층의 가계지출(147만원)은 전년 대비 0.5% 감소했다. 1분위 계층의 소비지출(128만3000원)이 같은 기간 1.6% 감소한 영향이 컸다. 가계지출은 이자나 세금 등 비소비지출과 식비·주거비·의료비 등 소비지출로 나뉜다. 1분위의 비소비지출은 1년 새 7.4% 늘었다.

1분위를 제외한 다른 계층의 가계지출과 소비지출은 전년 대비 늘었다. 특히 소득이 높은 계층일수록 지출 증가율도 높아졌다. 2분위(소득 하위 20~40%)의 가계지출과 소비지출은 각 0.6%, 1.1% 늘었는데 5분위(소득 상위 20%)의 가계지출과 소비지출 증가율은 각 8.0%, 7.9%에 달했다.

통계청은 누적된 고물가 부담이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의 소비를 더 크게 위축시킨 결과라고 분석했다. 처분가능소득(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것) 중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평균소비성향 역시 1분위(-7.3%포인트)와 2분위(-3.2%포인트)에서는 전년 대비 줄었지만 3~5분위에서는 모두 늘었다. 증가 폭은 5분위(2.9%포인트)에서 제일 컸다.

1분위 가구가 지출을 줄인 분야는 식료품비나 주거비 등 필수 지출에서 오락비용이나 외식비 등 여가 관련 지출까지 다양했다. 1분위의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1년 새 1.6% 줄었고 주거·수도·광열비용도 같은 기간 4.7% 감소했다. 가정용품·가사 서비스 지출 감소율은 14.6%에 달했고, 오락·문화(-2.7%), 음식·숙박(-1.5%) 관련 지출도 전년 대비 줄었다. 2분위의 오락·문화 지출(-21.2%)을 제외하고 다른 분위 가구에서는 모두 지출이 증가한 항목들이다.

지난해 4분기 전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502만4000원으로 전년 대비 3.9% 증가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0.5%였다. 두 지표 모두 지난해 3분기부터 2개 분기 연속 늘었다.

근로소득(316만7000원)과 사업소득(103만5000원)도 전년 대비 각각 1.5%, 1.6% 증가했지만,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각각 1.9%, 1.7% 감소했다.

실질 근로소득은 2022년 3분기 이후 5분기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실질 사업소득은 2022년 4분기 이후 5분기 연속 줄었다. 두 지표가 동반 감소한 것은 코로나19 유행 당시인 2021년 1분기 이후 11분기 만이다. 한편 가구당 이전소득(정부·기업에서 받는 수입) 증가율은 17.7%로 높게 나타났는데, 지난해 4분기부터 부모급여 등이 처음 지급된 영향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전체 가구의 가계지출은 월평균 381만30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2% 늘었다. 이 중 소비지출은 283만3000원으로 같은 기간 5.1% 증가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소비지출 증가율은 1.6%였다.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404만4000원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121만원으로 같은 기간 0.1%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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