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영주 의원이 4일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민주당 몫 국회부의장직에서도 물러났다. 지난달 19일 총선 경선에서 감점 대상인 의정활동 하위 20%에 포함되자 “모멸감을 견딜 수 없다”며 민주당을 떠난 지 2주 만이다. 김 의원은 입당 소감에서 “생활 정치와 주변 발전을 위해 제 역할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을 현 지역구인 영등포갑에 공천할 거라고 한다.
김 의원은 한국노총 전국금융노조 상임부위원장으로 1990년대 노조 시위를 주도했다.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노동계 인사’로 영입돼 정계에 진출했다. 25년간 민주당 소속으로 4선을 하면서 19대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문재인 정부 첫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21대 국회에선 국회부의장이 됐다. 그런 중진 정치인이 공천심사 결과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도 아닌,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갈아탄 것은 최소한의 정치적 금도를 벗어난 것이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을 상식과 합리성을 갖춘 정치인이라고 추어올리고, 중도로의 외연 확대를 강조했다. 실제론 상대 당의 국회부의장을 데려다 민주당 비판에 활용하려는 얄팍한 정치적 속셈이 앞선 것 아닌가. 김 의원과 국민의힘 모두 정치를 우습게 만들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정치적 노선은 다르고, 주요 정책에선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김 의원이 지금껏 정치적 신념으로 견지한 ‘노동권 확대’가 대표적이다. 그는 노동부 장관 시절 국민의힘이 반대한 주 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 인상을 주도했고, 윤석열 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시도를 “위험한 발상”이라며 비판했다. 그랬던 김 의원은 이날 여당의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당론에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된 뒤에 얘기하자”며 답변을 회피했다. 강령·정책이 다른 당으로 옮기려면 정치적 소신부터 분명히 하는 게 유권자에 대한 예의 아닌가. 김 의원이 총선에서 야당 후보로 ‘윤석열 정권 심판’을 외치려다 180도 바꿔 ‘윤석열 정권 지원’을 얘기해야 하는 처지도 비루하기 짝이 없다.
김 의원은 이날 “정치가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한 도구로 쓰여선 안 된다”고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난했다. 그 사리사욕이란 말은 자신의 모습도 되돌아보기 바란다. 김 의원 역시 국회의원 한 번 더할 욕심에 당적을 바꾼 것으로 보일 뿐이다. 이런 정치인을 선거 때면 나타나는 ‘철새’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