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일요일의 막내딸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일요일의 막내딸

“전국~노래자랑!”

매주 일요일 낮 12시10분이 되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이 소리로 우리는 주말 오후의 한가로움을 확인했다. ‘일요일의 남자’가 ‘일요일의 막내딸’로 바뀌었어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도대체가 경쟁심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참가자들의 노래와 춤은 지난 한 주의 팽팽함을 이완해줬고, 새 MC는 곧 다시 오랜 익숙함이 될 것이라 여겨졌다.

예상은 빗나갔다. 박민 KBS 사장 취임 후 잇따르는 프로그램 폐지와 진행자 교체의 칼날을 <전국노래자랑>마저 비켜가지 못한 것이다. 김신영은 KBS로부터 돌연 일방적인 통보를 받고 불명예 하차하게 됐다. 고 송해 후임으로 발탁돼 전국을 누빈 지 불과 1년6개월 만이다. 후임은 이미 개그맨 남희석으로 결정됐다. 하루아침에 MC가 잘려나가면서,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속도의 시대에 느림의 콘텐츠로 사랑받아온 이 장수 프로그램의 전통도 깨지고 말았다.

김신영은 44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국노래자랑>의 역대 최연소이자, 최초의 여성 MC였다. ‘나이 든 남성 앵커와 젊은 여성 앵커’ 구도를 깨고 <뉴스9> 메인 앵커로 여성을 기용했듯이 KBS는 최근 몇년간 보수적이고 고루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왔다. 김신영의 발탁은 그 일환이기도 했다.

박민 사장의 등장으로 KBS의 야심찬 시도들은 모두 무위로 돌아가고 있다. 그가 취임한 후 폐지되거나 진행자가 바뀐 프로그램 중 <뉴스9> <역사저널 그날> <홍김동전> <전국노래자랑> 등의 공통점이 모두 여성 메인 MC라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물론 진행자 교체 자체는 드문 일이 아니다. 시청률을 올리고 싶을 때 방송사가 꺼내드는 가장 쉬운 카드이기도 하다. 하지만 송해라는 거장의 후임으로 김신영이 발탁됐을 때 그것은 단순한 진행자 교체가 아니었다. 세대와 성별의 벽을 허물려는 공영방송의 의지로 받아들여졌다. 그걸 앞세우고 그로 인한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렸던 KBS가 ‘일요일의 막내딸’을 ‘일요일의 아들’로 갈아치우는 것의 상징성을 모를 리 없다. 공영방송과 최장수 프로그램이 가진 무게감을 KBS는 가벼이 여기고 있는 것 같다.

KBS1 ‘전국노래자랑’ MC 김신영.   KBS 제공

KBS1 ‘전국노래자랑’ MC 김신영. KBS 제공

  • AD
  • AD
  • AD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