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대 증원 요구 3400명, ‘주먹구구식 늘리기’ 안되게 해야

강원 춘천시 강원대 의과대학 앞에서 5일 의대 교수들이 대학 측의 증원 방침에 반발하며 삭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 춘천시 강원대 의과대학 앞에서 5일 의대 교수들이 대학 측의 증원 방침에 반발하며 삭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5학년도에 총 40개 대학에서 3401명의 증원을 신청했다고 5일 정부가 밝혔다. 정부가 제시한 의대 증원 목표 2000명은 말할 것도 없고, 지난해 각 대학이 초안으로 제출한 최대 2800여명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지역 의대와 소규모 의대 상당수가 현행 정원의 배에 달하거나 그것도 웃도는 숫자를 신청했다고 한다. 이번이 아니면 추가 증원이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의대끼리 숫자 경쟁도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 요구를 앞세워 의대 정원 증원 굳히기에 들어갈 태세다.

이번 신청에서 수도권 13개 대학은 총 930명의 증원을 신청했다. 서울 8개 대학은 365명, 경기·인천 5개 대학은 565명을 신청했다고 한다. 비수도권 27개 의대는 2471명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전체 신청 규모의 72.7%를 비수도권이 차지했다. 정원 50명 미만 소규모 의대들의 증원 요청 폭이 컸는데, 충북대는 기존 49명에서 5배 이상 늘어난 250명을 신청했다. 그간 의사단체가 집단행동 명분으로 내세운 것 중 하나가 급격한 증원과 이로 인한 의료 교육의 질 하락 우려다. 의사들의 주장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도 대학당국이 당초보다 더 큰 규모의 증원 신청을 해 대학본부·의사들 간 내분의 불씨도 지펴졌다.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대표들이 ‘입학정원 확대 추진을 중단하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강원대 교수들은 이날 삭발식을 진행했다. 배대환 충북대병원 교수는 “현재 정원의 5.1배를 적어낸 모교 총장의 의견을 듣자니 같이 일하던 동료(의사)들이 다시 들어올 길이 요원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SNS를 통해 사의를 표명했다. 이대로 정부가 대학본부 요청만을 근거로 2000명 증원이라는 목표를 제시하는 것은 사회를 위해서도,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2000명을 관철하려고만 할 게 아니라, 인공지능(AI)·로봇수술과 비대면진료, 인구 고령화 케어 문제 등도 인력 추계 시 고려해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대학들의 증원 요구에 과장이 있었는지 따져볼 필요도 있다.

전공의들이 정부 압박에도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으면서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수들마저 떠난다면 그 피해는 시민들이 감수해야 한다. 의대 증원 문제는 더 이상 평행선을 달리는 정부와 의사단체 협의만으로 추진하기엔 쉽잖은 상황이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4일 ‘여야·정부·의료계 포괄 4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정부·여당은 이 제안을 ‘정치쇼’로 폄훼할 게 아니라 실효적인 협의체를 구성해 즉각 대화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의료대란을 하루빨리 끝내고 현실에 맞는 증원 정책을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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