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선 없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없다

박동흠 회계사

‘한국 증시의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이 지난달 26일 발표되었다. 저평가된 국내 기업들의 주가를 끌어올려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취지였다. 시장에서는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지원방안 발표 전까지 주가가 꽤 많이 올랐으나 막상 발표한 날부터는 이틀간 코스피지수가 40포인트 넘게 빠지며 1.6%나 떨어졌다. 주식시장에서는 실망감이 큰 모양이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현황을 평가·분석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공시·이행하며 주주와 소통하고, 그런 기업들에 세제지원이나 표창을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으나 강제성이 없어 아쉬웠을 것이다.

또한 기업가치 우수 기업에 대한 시장 평가 및 투자 유도를 위해 코리아 밸류업지수와 상장지수펀드(ETF)를 개발하고 거래소 홈페이지에 주요 투자지표를 공표한다는 등의 내용도 그렇게 신선하지는 못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낮기 때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 상황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회사가 보유한 순자산(Book-value)과 비교해 주가(Price)가 너무 낮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회사의 자산이 1만원(이하 1주당)이고 부채가 4000원이라고 가정해보자. 이 회사는 보유한 1만원의 자산에서 부채 4000원을 갚으면 6000원이 남는다.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것이 자본, 즉 순자산이므로 이 6000원은 주주의 몫이 된다. 그런데 이 회사의 주식이 시장에서 저평가되어서 4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그렇다면 주식 투자자는 4000원을 내고 이 주식을 사는 것이 합리적이다. A회사가 설사 망한다고 해도 주주 입장에서는 6000원은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A회사는 왜 이렇게 주식시장에서 저평가 상황에 놓인 것일까? 실적 악화나 성장 둔화 같은 회사 자체적인 문제일 수도 있지만 A회사의 지배구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예를 들어 상장 대기업인 B회사가 A회사의 최대주주로 지분 50%를 갖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상황에서는 두 회사 모두 적정가치로 평가받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6000원인 주주 몫 중 3000원을 B회사가 갖고 있는데 B회사도 상장된 상태이다. 즉 A회사의 순자산을 보유한 B회사도 시장에서 정당하게 인정받으려면 A회사나 B회사 둘 중 한 곳의 주가가 저평가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중복 상장, 즉 더블 카운팅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카카오그룹이 여러 계열사들을 쪼개 상장하면서 불거졌던 이슈인데, 사실 수많은 대기업들이 자본 조달을 위해 핵심 사업부를 하나의 회사로 분할해 상장을 많이 시켰고 저평가를 야기시켰다.

이외에도 오너 일가가 보유한 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로 인한 상장기업의 이익 감소도 저평가 요인 중 하나이다. 일감 몰아주기를 강력하게 제재하지 않으면 대주주 일가 입장에서는 고액 연봉 외에도 많은 이익을 더 챙길 수 있으니 주주환원에 적극적이지 않다. 또한 주식을 상속해서 경영권을 물려주고 싶으니 주가 부양도 하고 싶지 않게 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이 지배구조에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지적과 정책이 나왔다면 주식시장은 크게 호응했을 텐데 그렇지 않은 것이 가장 아쉽다. 한때는 재벌이 한국 경제를 성장시켰다는 이유로 많이 용인되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지배구조가 투명해서 쪼개기 상장이나 일감 몰아주기는커녕 벌어들인 이익의 대부분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미국 주식시장은 날마다 신고가를 쓰고 있다.

언제까지 우리는 미국을 부러워만 할 것인가? 이제는 우리도 과감한 정책이 필요할 때이다.

박동흠 회계사

박동흠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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