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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녹색분칠 주의보

입력 2024.03.06 15:14

수정 2024.03.06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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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파리기후협약이 발효되고 국가별 탄소중립 목표를 세우는 시점이 되자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보다 훨씬 더한 녹색분칠의 주인공이 되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탄소중립을 한다면서 엄청난 탄소를 내뿜는 대규모 개발사업들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10년만에 다시 깨어난 ‘용산국제업무지구’ 조감도. / 경향신문 자료사진

2021년 파리기후협약이 발효되고 국가별 탄소중립 목표를 세우는 시점이 되자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보다 훨씬 더한 녹색분칠의 주인공이 되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탄소중립을 한다면서 엄청난 탄소를 내뿜는 대규모 개발사업들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10년만에 다시 깨어난 ‘용산국제업무지구’ 조감도. /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시가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25% 감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14%에 그쳤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2022년 사업달성률은 117%로 집계됐네요. 서울의 이산화탄소 배출원은 주로 건물(66.5%)과 교통(18.1%)이어서 건물의 그린 리모델링이 시급합니다. 서울시는 2050년까지 401개 공공건물의 그린 리모델링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는데 2023년 리모델링 예산을 한 곳만 배정했어요.”

지난 4일 서울시가 마련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2024~2033)이 발표된 자리에서 상현 기후위기대응서울모임 대표가 지적한 내용이다. 서울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2033년 50%, 2040년 70%, 2050년 100% 줄여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다. 앞서 2020년 25%를 감축한다는 목표는 물 건너갔지만 다시 계획을 세우면 2033년 절반을 줄일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는 것이다. 개인들도 스스로 이루지 못할 계획을 세웠다가 실패하고 다시 세우는 과정을 반복하니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건 그렇다 치자.

더 안 좋은 건 탄소중립을 한다면서 엄청난 탄소를 내뿜는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는 일이다. 오세훈 시장이 과거에 추진하다 무산된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10년 만에 ‘깨어났다’. 용산정비창 부지에 높이 100층, 뉴욕 최대 복합개발지인 허드슨야드의 4.4배, 세계 최대 규모의 수직 도시를 짓겠다는 계획은 2001년에 나왔다가 2008년 금융위기로 좌초돼 2013년 구역지정이 해제되면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오 시장이 취임하면서 다시 시작한다.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역시 오 시장이 2006년부터 추진하다가 중단됐으나 더 큰 규모로 되살아났다. 생태계를 복원하고 숲을 조성한다는 내용도 있지만, 권역별 마리나를 조성하고 이를 수상교통(리버버스, 크루즈) 및 명칭도 낯선 UAM(도심항공교통), 곤돌라 등 공중이동과 연계한다니 본질은 개발 계획이다. 모두 서울을 세계 5대(?) 도시에 올려놓기 위한 핵심 프로젝트라는데 이런 사업이 지금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지 묻고 싶다. 더구나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은 서울의 평균기온 상승이 세계평균을 웃돌고 이상기후가 급증하며 물관리가 어렵고 인구 고령화로 기후 취약계층이 늘어난다고 설명한다.

그동안 녹색분칠(그린워싱)은 주로 기업의 몫이었다. 기업이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사업을 하면서 겉으로는 친환경 이미지를 홍보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2021년 파리기후협약이 발효되고 국가별 탄소중립 목표를 세우는 시점이 되자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보다 훨씬 더한 녹색분칠의 주인공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하던 대로 성장과 개발을 계속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척’한다. 전자는 여전히 많은 국민이 경제는 반드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눈에 확 띄는 업적으로 더욱 상승하려는 정치인의 욕망 탓이기도 하다. 후자는 실제 줄이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무능력 탓이기도 하지만, 이 또한 많은 국민의 요구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4·10 총선에서는 ‘기후유권자’라는 계층이 뚜렷이 부상했다. 기후총선, 기후국회를 요구하는 연구자·활동가·작가들이 모인 ‘기후정치시민물결’은 최근 ‘기후정치 원년 시민선언’에서 기후 후보 공천, 기후위기 대응정책 마련, 토건개발 공약 철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개헌 논의, 기후 문제를 전담할 국회 상설위원회와 행정부처 신설 등 다섯 가지를 요구했다.

‘기후정치바람’이 전국 1만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나타난 기후유권자의 모습은 더욱 구체적이다. 이들은 원자력(23.7%)보다 재생에너지 확대(59.1%)를 원하고 현재 2600만대인 차량의 적정 대수를 정하는 데 찬성(63.8%)하며 내연기관차 판매중단, 대중교통 투자, 자원 재활용 강화, 지역별 전력자급률에 따른 전기요금 차등화에 동의한다.

이런 추세를 감안해 국민의힘은 두 차례나 기후공약을 발표했다. 기후예산 확대, 국회 기후특위 상설화 등 눈에 띄는 대목도 있지만 ‘기후’라는 말을 가리면 여전히 기술개발, 기업육성 등 경제정책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로 늘리자는 COP28 결의를 인용하며 관련 예산을 3배 늘리겠다고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기후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녹색분칠을 계속한다면 그 피해는 기업에 비해 훨씬 심각하다. 이번 총선이 그 진정성을 보여줄 기회다.

한윤정 전환연구자

한윤정 전환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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