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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해병대 외압’ 수사, 이종섭 호주대사부터 속도 내라

입력 2024.03.06 18:15

수정 2024.03.06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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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9월13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9월13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대사에 임명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사건 수사가 차질을 빚을 공산이 커졌다. 의혹의 핵심 인물인 이 대사가 아그레망(주재국 동의)을 받아 출국하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물론 대면조사도 힘들어질 게 불 보듯 뻔해서다.

공수처 관계자는 지난 5일 “수사팀도 이 대사 임명을 보도 보고 알았다”며 “수사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 가지 조치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또 “고발됐다고 하더라도, 국가를 대표로 해서 가는 부분도 고려해야 할 중요 요소 중 하나”라고 했다. 출국금지 여부에 대해선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했으나 대사 임명 전인 지난 1월 피의자 신분으로 출국금지 조치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수처 반응이 이해 안 되는 바는 아니다. 대사 임명자를 출국금지하는 건 상대국에 대한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만든 건 윤 대통령이고, 그 책임도 윤 대통령이 져야 한다.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 시절 ‘윤 대통령 격노설’ 등 대통령실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연결고리이자 그 자신이 외압 의혹 당사자다. 그런 사람을 윤 대통령은 호주대사로 임명했다. 어떤 명분을 들이대건 공공연한 수사 방해로 볼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이 대사를 임명한 건 공수처를 대놓고 무시하는 처사다. 이 대사가 공수처 아닌 검찰의 피의자여도 그리 했겠는가. 공수처는 안중에 없다는 듯한 윤 대통령 행태는 처음이 아니다. 공수처가 수사해 고발 사주 혐의로 기소된 손준성 검사를 검사장으로 승진시켰고, ‘표적 감사’ 의혹 등으로 압수수색까지 당한 유병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을 감사위원에 임명했다. ‘공수처 무용론’을 편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공수처장에 앉히려다 ‘공수처장 대행의 대행의 대행 체제’ 장기화를 초래했다. 공수처의 권력형 비리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도 윤 대통령의 공수처 홀대와 무관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실까지 연루 의혹을 받는 해병대 외압 의혹 수사는 ‘살아 있는 권력’의 부패·비리 단죄라는 공수처 설립 취지와 정체성에 정확히 부합한다. 공수처는 이 대사 수사부터 속도 내고, 강제 수사 등 실효성 있는 조치를 적극 강구해야 한다. 이 수사 진척이 더딜수록 지난해 10월 국회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채 상병 특검법’ 처리 요구와 지지는 세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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