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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차림 수감자’ 굴욕 사진 공개하면 범죄가 줄어들까

입력 2024.03.08 15:34

수정 2024.03.0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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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국가들, SNS에 유행처럼 올려

공권력 과시·엄벌 만능주의 비판 확산

엘살바도르의 한 교도소에 서 감방 수색이 이뤄지는 동안 속옷 차림으로 모여 있는 재소자들의 모습. 엘살바도르 대통령실 제공

엘살바도르의 한 교도소에 서 감방 수색이 이뤄지는 동안 속옷 차림으로 모여 있는 재소자들의 모습. 엘살바도르 대통령실 제공

속옷만 입은 채로 수십·수백 명의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머리는 바짝 밀고, 두 손은 뒤로 묶이거나 머리 위로 들어올렸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군인과 경찰들은 총을 들고 이들을 에워싸고 있다.

최근 중남미 국가들은 이같은 모습이 담긴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잇따라 공개하고 있다. 갱단 횡포 등으로 치안 악화에 시달리는 가운데 ‘소탕 작전’을 벌인 뒤 성과를 적극 홍보하고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공권력을 과시하고 엄벌 만능주의를 확산한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유행이 된 ‘속옷차림 수감자’ 사진 공개…왜?

아르헨티나 정부는 최근 마약 밀매업자들이 무더기로 수감돼 있는 북부 산타페주의 한 교도소에서 경찰을 동원한 감방 수색 작전을 진행했다면서 당시 사진을 7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당국은 교도소 버스가 괴한들의 총격을 받았으며, 수감자들이 교도소 밖 조직원들과 내통해 범죄를 지시한 정황이 발견돼 이같은 작업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강력 대응’을 홍보하는 데 열중하는 한편, 일각에선 무의미한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르헨티나 법률·사회연구센터(CELS)는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산타페 교도소의 치욕적 광경은 누구에게도 더 나은 안전을 제공하지 않는다”며 “이런 방식은 오히려 불법 조직 활동의 근본적 원인이기도 한 (부패한) 교도소 권한을 키워주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아르헨티나 산타페 주 정부 제공

아르헨티나 산타페 주 정부 제공

그러나 이같은 ‘홍보 작업’은 최근 중남미 국가들에 널리 퍼져 있다.

에콰도르는 지난 1월 ‘갱단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생방송 중인 방송국에 괴한이 침입하고 갱단들이 교도관을 붙잡아 인질극을 벌이는 등 혼란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주요 갱단 조직 22곳에 해체 작전을 명령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인질극이 벌어진 교도소 내부를 통제한 뒤 SNS에 수감자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에콰도르 정부 제공

에콰도르 정부 제공

파라과이 정부는 지난해 12월 교도소 수감자들을 대거 이감시켰다. 내부에서 갱단들이 세력을 형성해 교도소가 오히려 ‘범죄의 온상’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이들을 분산시키기 위한 작업을 벌인 것이다.

당국은 땅바닥에 촘촘히 붙어 앉아 차량을 기다리는 수감자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SNS를 통해 확산시켰다.

파라과이 정부 제공

파라과이 정부 제공

엘살바도르에서 시작된 ‘엄벌 만능주의’ 흐름…인권침해 우려 여전

현지 언론들은 이 같은 ‘유행’이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의 강력한 치안 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서울 여의도 절반 크기에 달하는 부지에 ‘초대형 감옥’인 테러범수용센터(CECOT) 건설했다. 이후 범죄 혐의자들을 일단 가둬 두고 죄를 묻는 ‘범죄와의 전쟁’을 밀어붙였고, 그 결과 8개월 만에 성인 인구의 2%에 달하는 10만 명이 이곳에 수감됐다.

엘살바도르 정부가 마련한 ‘대형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이 감방으로 이송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엘살바도르 정부가 마련한 ‘대형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이 감방으로 이송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엑스에 “살인율을 줄이는 법? 일단 모두 감옥에 가두어 사람을 못 죽이게 하면 된다”는 글을 올리고 CECOT 내부 사진을 수시로 게시하면서 성과를 과시해왔다.

이는 지난 2월 부켈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는 데도 중요한 발판이 됐다. 공격적인 소탕 정책으로 엘살바도르 범죄율이 크게 줄어들면서 압도적인 국민적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엘살바도르 대통령실 제공

엘살바도르 대통령실 제공

그러나 엘살바도르 내부에서도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높은 살인율’이 ‘높은 투옥률’로 바뀌었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교도소 내부의 폭력과 고문 등이 잇따르면서 구금 중에 사망한 수감자가 2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부켈레 대통령 집권 이후 교도소 내부의 인권침해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면서 “중남미 국가들은 심각해지는 치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권은 유보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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