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에서 근무하는 경비원이 암에 걸려 투병을 해야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입주민과 직원들이 삽시간에 1000만원을 모아 전달했다. 동료 직원들은 “아파트 주민들의 가족이 된 것 같다고 느꼈다”고 했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영통하우스토리 아파트 입주민들은 지난달 29일 혈액암에 걸린 경비원 A씨에게 성금 1000만원을 모아 전달했다. A씨는 2016년부터 8년간 이 아파트에서 일했다. 이 사연은 한 배달 기사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배달하다가 본 수원의 명품 아파트’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을 통해 알려졌다.
지난 7일 기자와 만난 아파트 직원들은 입주민들의 뜨거운 ‘온기’를 생생히 전했다. 시설기사 김영배씨(67)는 “공고문이 붙고 난 뒤 A씨를 찾아와 끌어안고 우는 주민을 보면서 우리를 가족으로 대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환경미화 노동자 조영자씨(59)도 “지금 다 먹고살기 힘든데 모금이 될까 생각했는데, 결과가 너무 좋으니까 같이 일하는 직원으로서 감동했다”며 옷소매로 젖은 눈가를 훔쳤다.
생활문화지원실장(관리실장) 오세진씨(63)는 A씨와 주민들이 함께 이뤄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모금할 때 입주민 여럿이 A씨를 껴안고 울기도 하고, 관리실에 성금을 전하러 와 울먹이기도 했다”며 “A씨가 주민들에게 친절해 더 그랬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운영위원회에서 한두 시간 안에 모금이 결정된 것으로 안다”며 “A씨는 자신이 ‘잘 살아왔다’라고 느꼈을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입주민들은 A씨를 ‘가족’처럼 생각했다. 김모씨(54)는 A씨를 “때로는 큰오빠 같고 때로는 아빠 같았다”고 기억했다.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는 김일영씨(46)는 “처음에 일하다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입주민들이 병원을 찾아서 추천해주기도 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연한 일인데 언론의 주목을 받아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오씨는 “이런 인지상정이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고 관심이 몰린다는 게 조금은 서글프다”고 했다. 모금을 처음 제안했던 김태헌 운영위원회 총무이사(39)도 “조금이라도 A씨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돼 고맙기도 하다”면서도 “사실 처음에 시작할 땐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달 29일 손편지를 써서 입주민들에게 전했다. 그는 “2016년 2월25일 첫 근무를 시작으로 8년 동안 많은 분의 사랑을 받았는데, 뜻하지 않게 퇴직하게 된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격려와 성원을 해준 것처럼 치료 잘 받고 완쾌해서 건강한 모습으로 안부 인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