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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력 약한 87세 노인에게 상품 설명 왜곡…“ELS 판매 총체적 부실”

입력 2024.03.11 10:15

수정 2024.03.1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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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홍콩H지수 ELS 판매 기업 현장검사 결과

금융정의연대 등 단체 회원들이 2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열린 홍콩 ELS 대규모 손실사태 관련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 2024.2.15

금융정의연대 등 단체 회원들이 2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열린 홍콩 ELS 대규모 손실사태 관련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 2024.2.15

금융감독원이 11일 내놓은 홍콩H지수 ELS 배상안은 지난 1월8일부터 두 달간 11개 판매사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청력이 약한 87세 노인에게 무리하게 ELS 가입을 시키거나, 분석기간을 축소해 ELS 손실이 그간 전혀 없던 것처럼 안내한 경우도 있었다. 과거 비슷한 사태를 겪고도 초고위험 상품의 불완전판매를 사실상 방치한 금융당국 책임론도 제기된다.

청력 약한 87세 노인에게 상품 설명 왜곡…“ELS 판매 총체적 부실”

금감원의 현장검사 결과를 보면 은행과 증권사 ELS 판매정책 자체가 소비자 보호와는 크게 동떨어져 있다. 코로나19 이후 주가지수 변동성이 커진 2020년, 오히려 영업 목표를 높이거나 판매 한도를 늘려 ELS 같은 위험 상품을 공격적으로 판매했다.

A은행의 경우 자산관리(WM)수수료 중 신탁수수료 목표를 전년 예상 실적 대비 56.9% 상향했다. 통상 은행은 ELS를 주가연계신탁(ELT) 형태로 판매하면서 수수료 이익을 거뒀는데, 그 목표를 높여 ELS가 더 많이 팔리게끔 전사적 영업을 했다는 의미다.

성과평가지표인 KPI를 ELS판매에 유리하도록 설계한 경우도 있었다. B은행은 원금 손실이 발생하지만 않으면 H지수가 하락해도 판매 당시의 ELS 수익률을 영업 성과로 인정해줬다. 고객별 한도관리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C은행은 주가지수 변동성이 확대될 때는 판매 한도를 감축한다는 내부 규정이 있는데도, 이를 우회할 예외 규정을 두고 한도를 더 늘렸다.

이러한 전사적인 판매 독려 분위기에서 개별 지점들의 불완전판매가 늘었다. 적합성 원칙을 위반하거나 대리 가입, 서류 변조 등 불완전판매가 속출했다. 한 은행은 청력이 약한 87세 고령 투자자에게 ELS 상품 설명을 왜곡 설명해 가입시켰다. 또 다른 증권사에선 71세 고령 투자자를 대신해 컴퓨터 원격 제어 프로그램으로 대리 가입한 일도 있었다. 이에 따라 ELS에 가입한 고령의 투자자 비중도 높아졌다. 전체 ELS 판매계좌(39만6000개) 중 21.5%(8만4000개)가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로 알려졌다.

이러한 불완전 판매가 반복된 데에는 금융당국의 책임도 일정 부분 있다. 2019년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투자 손실이 발생하자 금융위원회는 복잡한 금융상품에 대한 고강도 투자자 보호 방안을 발표했다. 당초 금융당국은 은행이 고위험 사모펀드나 신탁을 판매할 수 없게 하려 했으나, 대표적인 지수 연동형 공모 ELS에 대해선 판매를 허용해달라는 은행들 요청을 수용하며 한 발 물러섰다. 해당 지수에는 코스피200·S&P500 등과 함께 홍콩H지수가 포함됐다. 이번 사태의 단초가 된 것이다.

금감원은 조만간 은행에서 판매하는 고위험 상품을 규제할 수 있는 제도 개선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거점 점포에서만 고위험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하거나, 은행의 고위험 신탁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 등이 검토될 수 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은행의 ELS 판매 금지도 검토되는 내용 중 하나가 될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선 어떤 방향으로 갈지 확답을 주긴 어렵다”고 말했다.

관련기사_홍콩H지수 ELS 손실 5000억 넘어···금감원, 2차 현장검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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