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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우리, 정치할래요?

친척 어른들이 “나중에 정치할 거냐”고 묻곤 했다. 예상되던 직업과 동떨어진, 인권운동이라는 것을 한다길래 궁금하셨을 게다. ‘운동권’이 ‘정치권’에 들어가는 일이 사람들의 기억에 각인되던 시절이다. 나는 변명이라도 하듯 손사래를 쳤다. 정치가 아니라 운동을 계속할 거라고. 시간이 흘러 나는 ‘체제전환운동 정치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작년 가을부터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서로 헐뜯으며 진영 대립을 반복할 것은 뻔했다. 냉소가 아니다. 한국 정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미국 대선만 봐도,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극한의 대치는 판박이다. 정치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하고 돈 벌고 집 구하고 가족을 꾸리고 등등, 살아가는 방식이라 여겼던 구조가 세계 어디에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곳곳에 불만이 쌓이니 정치인들도 해법을 찾는다. 하지만 위기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은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사는 일이 고된 사람들에게 적을 만들어주기 바쁘다. 상대 정당이든, 이주민이든, 다른 국가든, 세상이 엉망인 이유를 엉뚱한 데로 돌린다. 신자유주의가 세계 곳곳에서 정치의 위기를 심화시킨 방식이다.

이런 세계를 바꾸려고 운동을 열심히 했는데, 무슨 마법인 듯 선거를 지날 때마다 운동이 쇠진했다. 진보정당들도, 사회단체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는데 말이다. 운동하던 이들이 제 이름을 걸고 ‘더불어민주연합’을 창당하는 모습까지 보게 되니 참담하다. ‘위성정당이 아니’라는 주장에 내가 다 민망하고 ‘시민사회’의 후보라니 당혹스럽다. 의석수가 목표라면 성공한 연합이겠지만 그 의석으로 무엇을 하려는지 알기 어렵다. 정치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정치대회 준비를 시작한 게, 다행이었다. 익숙한 방식으로 넘어설 수 있는 위기가 아니었다.

운동과 정치를 비교하는 익숙한 구도가 있다. 순수하거나 진흙탕이거나, 제도 밖이거나 안이거나. 나도 다르지 않았다. 정치의 한계가 운동의 정당성을 보증하는 듯 게으른 수사에 기대왔다. 현실에는 그런 운동도 정치도 없는데. 원칙만 고집하는 것이 운동일 수 없고 원칙도 없는 것이 정치일 수 없다. 제도 밖에서는 요구만, 제도 안에서는 협상만 하는 식으로 법이 만들어지지도 않는다. 국회라는 무대에 무언가 올리고 내리는 일이 정치의 운동이라면, 우리가 겪는 위기의 한가운데로 무대를 옮기는 일이 운동의 정치다. 무대를 쫓아다니는 일과 옮기는 일을 분간하기가 쉽지 않으니 어디로 어떻게 갈지 서로 살피는 일이 중요한데, 운동이 너무 흩어져 있었다. 선거와 선거 사이에 힘이 쌓이지 않으니 선거를 지나며 쇠진했던 것이다.

지금 정치에 한계를 짓는 것은 제도가 아니라 세계다. 위험한 정치인들은 우연히 등장하지 않았다. 한국 정치의 문제도 ‘윤석열’이나 ‘윤석열 대 이재명’의 문제 이상이다. 제도 안이냐 밖이냐보다 누구를 대표하는 어떤 세력이냐가 중요하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 2차 가해자를 공천하는 정당과 연합하여 평등을 이룰 수 없고, 민주노총 총선방침(진보정당은 지지하고 ‘친자본 보수 양당’ 지지는 금지)을 어그러뜨리며 노동의 권리를 지킬 수 없다. 다른 세계로 나아갈 전망을 함께 그리며 다른 세력을 만들어가자. 운동이자 정치다.

‘정치대회’라는 낯선 이름에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우리 삶과 세계를 감싸는 위기에 정직하게 응답하려는 이들이 만나는 자리다. 서로 가진 퍼즐조각을 이리저리 맞춰보며 우리가 만들고 싶은 세계를 그려보는 자리다. 모둠토론의 결과를 모아 다음을 약속하는 숙제를 나눌 것이다. 3월23일 만나게 될 얼굴들이 궁금하다. 얼굴을 모르던 이들이 서로를 동료로 만들어가는 시간이 정치가 시작되는 시간이 아닐까. 궁금하다면 당신도, 정치할래요?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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