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건설노동조합 간부의 ‘분신방조’ 혐의를 각하 처분했다. 각하는 범죄가 성립하지 않거나 법률이 정한 처벌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내리는 결정이다. 경찰은 혐의가 없어 사건을 자체 종결했는데 재차 고발이 들어와 각하 처분했다고 한다. 분신방조 의혹은 진작에 사실무근으로 판명 났다는 얘기다.
한 노동자의 분신과 그 죽음에 대한 방조 의혹 제기는 노조를 적대시하는 윤석열 정부와 거기에 편승한 보수언론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노동절인 지난해 5월1일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지부 3지대장이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건폭몰이 수사에 항의하며 분신해 숨졌다. 당일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있었다. 며칠 뒤 조선일보는 분신 현장에 있던 건설노조 강원지부 부지부장 홍모씨가 분신을 방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술 더 떠 월간조선은 양 지대장의 유서가 대필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홍씨는 몸에 시너를 뿌린 양 지대장을 발견해 분신을 말렸다고 하고, 필적감정 결과 유서는 양 지대장이 쓴 것이었다. 최소한의 확인도 거치지 않은 ‘보도 폭력’이었다.
건폭몰이를 주도한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조선일보 보도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적었다. 국회에 나와서는 “(홍씨가) 당시 상황이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는데 그 발언 자체도 매우 석연치 않다”고 했다. 분신방조 의혹을 확대·증폭시킨 것이다. 건폭몰이의 불쏘시개로 삼으려는 심산이었을 것이다. 한 노동자의 가슴 아픈 죽음마저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한 것은 건설노조가 아니라 원 전 장관 자신이었다. 원 전 장관은 이제라도 양 지대장 유가족과 홍씨에게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한다. 그것이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다.
건설노조는 지난해 6월 분신방조 의혹을 제기한 기자와 원 전 장관을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또 춘천지검 강릉지청의 폐쇄회로(CC)TV 화면을 유출한 성명불상자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기사에 사용된 CCTV 사진이 춘천지검 강릉지청의 CCTV 화면과 동일하다는 감정 결과도 있다. 그러나 수사는 9개월째 답보 상태다. 경찰은 이른바 ‘윤석열 대통령 허위 조작 영상’ 건은 득달같이 강제수사를 벌였다. 선택적 수사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