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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훈의 ‘양심’으로 확인한 것은

입력 2024.03.17 20:11

더불어민주연합이 끝끝내 국민후보로 추천된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을 컷오프했다. 이의신청도, 재추천의 기회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적격 사유는 표면적으로는 ‘병역기피’였다. 공개 오디션에서 2만명 넘는 시민들의 지지를 받은 후보(1위)였다는 점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

임태훈 전 소장은 2009년 군인권센터를 설립하고, 15년 가까이 군 개혁과 인권 증진을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해왔다. 군 사망사고 유가족들과 함께하며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 출마 선언 전까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진실을 파헤치는 것은 물론, 고 변희수 하사의 부모님을 직접 만나 추모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활동을 함께 모색하기도 했다. 성소수자 그리고 병역거부자라는 삶의 조건에서도, 사회변화를 위한 활동을 앞장서 해왔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민주당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핑계를 대고 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하고, 헌법재판소가 병역법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지금은 대체복무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국가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병역기피’로 판단한 건, 헌법적 가치에 대한 부정이고, 인권에 기반한 사회변화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병역기피는 핑계일 뿐, 보수적인 교회의 눈치를 본 결과라는 말도 들린다.

2004년 구치소에 갇혀 있던 임태훈 전 소장 면회를 간 적이 있다. 수의를 입고 나온 그를 만난 시간은 고작 10분,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부족했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자신의 양심을 지키고자 한 자기 선택에 후회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군대가 아닌 감옥을 택한 그의 양심은 동성애를 정신질환으로 분류하고 동성애자 군인을 범죄화하는 법률이 존재하는 한 입대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죄’는 국제사회에서 여러 차례 폐지 권고를 받아왔지만, 지금도 존치하고 있다.

20년 전 임태훈 전 소장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양심’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군인권센터는 2017년부터 ‘육군 성소수자 색출 사건’ 대응과 피해자 지원을 해 온 것은 물론 관련 법에 대한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은 오히려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죄’조차 폐지하지 못한 자신들의 무능을 먼저 탓해야지, 임 전 소장을 병역기피자로 낙인찍어 지금의 상황을 피해 가려고 하는 모습을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하지 않는가.

22대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선거 관련 소식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거대 야당의 정치 수준이 얼마나 후진적인지 보여주고 있다. 비겁하고 무능하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성소수자 유권자로서, 내가 가진 한 표로, 끈질기게 버텨보겠다는 다짐과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다.

정민석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띵동’ 대표

정민석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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