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정권심판론을 부르짖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제는 경제”라고 소리 높이기 시작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키우기 위해 ‘경제 실정’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는 양상이다.
이 대표는 18일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3차 중앙선거대책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의 민생경제가 실패를 넘어서서 참사 수준에 이르렀다”며 “민생경제가 IMF 이후 최대의 위기상황”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과일 가격이 32년 만에 최대치로 올랐다. 폭등한 과일값 때문에 국민들 사이에서 ‘금사과’ ‘황금귤’이라는 한탄이 쏟아진다”고 했다. 이어 “사교육비 또한 이 정권 들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업 체감경기는 41개월 만에 최악”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출생률 1.0 회복’, ‘물가 상승률 2% 이내 관리’ ‘성장률 3% 회복’ ‘4대 경제강국 진입’ ‘주가지수 5000시대 준비’ 등을 약속했다. 지난 15일 민주당이 5대 미래비전으로 제시한 내용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 부담은 낮추고, 경제 활력은 높이겠다”며 “문제는 경제다. 심판해서 반드시 바꾸자”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을 방문해 현장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 대표는 지난 15일 부산 유세에서 윤 대통령을 겨냥해 “쓸 수 없는 사람은 해고해야 한다”며 정권심판을 주장했다. 지난 17일 경기 평택 유세에서는 “국민이 맡긴 권력으로 국민에게 고통을 줬고, 국민이 맡긴 예산으로 사적 이익을 채웠기 때문에 이제 너희들은 해고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총선 승리 후 윤 대통령 탄핵까지 추진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그간 이 대표는 이른바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 채 상병 사건, 양평고속도로 의혹, 김건희 여사 명품백·주가조작 의혹)를 앞세워 정권 심판을 강조해왔고, 대통령 탄핵 추진으로 해석될 수 있는 정도까지 공격 수위를 올렸다. 남은 총선 기간에는 경제 관련된 비판이 더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권 심판 흐름은 변함이 없겠지만, 선거 종반부에는 먹고 사는 문제로 싸울 것 같다”고 말했다. 선거 기간까지 경제 반등 신호가 나오기는 어렵고, 그런 만큼 체감도가 큰 경제 이슈를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부담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선대위를 마치고 서울 마포 현장 기자회견과 거리 인사 일정만 소화한 뒤 서초동으로 향했다. 위증교사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서였다. 이 대표는 19일 오전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등 관련 재판과 22일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도 출석해야 한다. 일주일 동안에만 3차례 재판에 나서야 하는 셈이다. 당 지도부가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선거 막바지 들어 당 대표가 자기 재판으로 법원에 발이 묶이는 형국이다. 이 대표의 재판장 출석이 중도층 민심과 선거 여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알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날 마포 현장 회견에서 “이렇게 시간을 뺏겨 재판받는 현실이 서글프지만, 검찰 독재 정권에 책임을 물어야 하겠다는 마음도 많이 생긴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운데)가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을 방문해 마포갑 이지은 후보(오른쪽), 마포을 정청래 후보와 함께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