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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죄가 없다

입력 2024.03.18 18:26

수정 2024.03.1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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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았다. 사과값을 잡겠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정부 지원으로 1.5㎏ 봉지에 6230원에 판매 중인 사과를 살펴보며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했다. 현장에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등 현 정부 경제관료들이 총동원됐다.

사과값이 많이 오르긴 했다. 도매가격은 2배가량 상승했다. 지난해 생산량이 평년 대비 20% 줄어든 탓이다. 작년 4~5월 개화 시기엔 서리가 내렸고, 여름엔 폭우와 폭염이 심했다. 9월엔 탄저병이 돌았고, 수확기인 10월엔 때아닌 우박까지 쏟아졌다. 그러나 사과는 억울하다. 가계 소비에서 사과가 차지하는 비중은 0.23%에 불과하다. 소비자가 1만원을 지출할 때 사과에 쓰는 돈이 23원 정도라는 얘기다. 그런데 사과 때문에 물가가 폭등하고 민생이 어려운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사과 농가도 억울하긴 마찬가지다. 고생한 사람 따로 있고, 돈 버는 사람 따로 있다. 농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봄 과수 개화기에 이상저온 현상이 발생하자 대형 유통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물량을 쓸어갔다고 한다. 그 사과가 지금 전국 90여 산지유통센터에 수백 수천t씩 쌓여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요즘 대대적인 사과 할인 정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6일엔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사과 등 13개 품목 할인 지원에 역대 최대 수준인 434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고, 15일에는 이를 다시 959억원으로 확대했다. 명절에만 발행하던 농산물 할인 상품권도 180억원 추가 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사과값 낮추기 정책이 국민 세금으로 중간 상인들 배만 불리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사과값 잡는다고 전체 물가가 잡히는 것도 아니고, 민생이 금세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농산물은 공급이 조금만 부족해도 가격이 폭등한다. 파종부터 수확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다보니 공산품처럼 곧바로 공급할 수도 없고, 장기간 보관도 쉽지 않다. 품목별 수급 동향을 면밀히 체크해 매점매석을 막고, 생산자부터 소비자까지 이어지는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최선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과일 매장에서 농림축산식품부 할인 지원 사과를 살피며 과일 물가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과일 매장에서 농림축산식품부 할인 지원 사과를 살피며 과일 물가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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