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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공수처 흔들기, 도둑이 제 발 저린 것 아닌가

입력 2024.03.19 18:13

수정 2024.03.19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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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호주대사로 출국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조사에 대해 “수사팀이 제반 수사 진행 상황을 감안하면서 사건 관계인 측과 협의해서 결정할 문제”라고 19일 밝혔다. 전날 이 전 장관 출국 허락 여부를 놓고 반박·재반박 하며 대통령실과 충돌한 것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거짓말하는 모양새가 돼 바로잡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대통령실과 여권이 공수처에 이런저런 말과 압박을 하고 있지만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 전 장관 출국이 공수처 의사와 무관하게 이뤄졌다는 사실도 다시 한번 환기했다.

이 전 장관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의심을 받는 ‘핵심 피의자’다. 이런 사람에게 호주대사라는 감투까지 씌워가며 출국시킨 장본인은 다름 아닌 윤석열 대통령이다. 그런데 이 전 장관의 ‘도피 출국’에 비난 여론이 일자 대통령실은 애먼 공수처를 끌어들여 거짓 해명을 했다. 이 전 장관의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서는 “검토 결과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고 했다.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문제없음’으로 규정한 것이다. 월권이자 수사 방해이고, 위법 행위다. 공수처법 제3조는 “대통령, 대통령비서실의 공무원은 수사처의 사무에 관하여 업무보고나 자료제출 요구, 지시, 의견 제시, 협의, 그 밖에 직무수행에 관여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전 장관 출국을 묵인하고 방관해온 국민의힘도 공수처 흔들기에 동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공수처가 (이 전 장관에) 즉각 소환 통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호주대사 임명을 취소하면 되는 일인데, 엉뚱하게 공수처에 이 전 장관의 국내 소환을 압박한 것이다. 검사 출신인 한 위원장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이뤄지는 수사기관의 소환 조사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공수처에 대한 정권의 간섭과 압력은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말 외엔 설명하기 어렵다. 이번 사건은 윤석열 정권이 해병대원 사망 관련자를 축소하기 위해 수사를 담당한 박정훈 대령을 옭아매고, 피의자를 해외로 도피시키면서 스릴러 영화에 나올 법한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했다. 최근 박 대령은 지난해 8월 자신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 소속 검사를 고소하기까지 했다. 이번 사건으로 공수처의 존재 이유는 명확해졌다. 공수처는 주권자인 국민을 바라보며 법과 원칙에 따라 이 전 장관과 그 배후에 대한 수사를 엄정하게 진행하기 바란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윤영덕 공동대표 등이 19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이종섭 주호주대사 임명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윤영덕 공동대표 등이 19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이종섭 주호주대사 임명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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