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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망을 넘어서는 힘

[송혁기의 책상물림]원망을 넘어서는 힘

<백이열전>은 백이의 충절에 관한 서사이리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정작 백이의 생애를 다룬 부분은 얼마 안 되고 나머지는 사마천이 던지는 질문들과 짤막한 인용의 나열이다. “백이는 원망했을까?” 그 질문 가운데 하나다. 백이는 절명시에서 폭력을 폭력으로 바꾸면서 잘못인 줄 모르는 무왕을 비판하고 올바른 도가 실현될 수 없는 시대를 한탄했다. 그런데도 공자는 백이가 원망했을 리 없다고 답했다. 왜 그랬을까?

백이가 무왕을 비판한 것은 부친의 장례도 치르기 전에 군사를 일으키고 신하로서 왕을 시해하는 행위가 효(孝)와 인(仁)에 어긋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맹자의 역성혁명(易姓革命) 논리에 의하면 인정(仁政)을 행하지 않는 왕은 이미 왕이라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주왕을 정벌하고 인정을 이룩한 무왕이야말로 성인(聖人)이다. 백이와 무왕은 이처럼 양립할 수 없으니 둘 중 하나가 옳으면 다른 하나는 틀린 것일까?

성인을 몰라보고 자신만 옳다고 여긴 백이를 편협한 인물이라고 보거나, 무왕은 성인이 아니고 그를 비판한 백이야말로 진정한 충절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천명을 따른 무왕이나 원칙을 지킨 백이, 둘 다 성인이라는 관점이 지배적이다. 무왕의 정벌이 의롭다고 여기고 함께 도모한 태공망이 자신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백이를 의인이라고 평가하는 대목에서, 둘 다 의로운 길을 갔다고 보는 시각이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허유나 무광처럼 세상을 등진 은둔자였다면 애초에 원망조차 없었겠지만, 백이는 올바른 정치를 실현하고자 애쓴 사람이었기에 원망이 없을 수 없었다. 하지만 영화를 마다하고 자신이 바라는 길을 흔들림 없이 갔으니 이미 그 원망은 자신의 안위에 결부되는 것이 아니었다. 공자는 백이의 삶과 죽음 자체가 이미 본인이 지향한 인(仁)의 가치를 이루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원망의 굴레를 씌울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무왕이 자신의 길을 갔듯이 백이 역시 자신의 길을 간 것뿐이다. 내가 선택한 길이 무엇이며 어떤 가치를 향하는지, 그 길을 가다가 만나는 상황들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을지 다시 생각해 본다. 원망을 넘어서는 힘이 거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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