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감비아, ‘여성 할례 금지법’ 의회서 폐기 계획

최혜린 기자

“조혼 금지법 등 다음 표적”

서아프리카 국가 감비아에서 여성 인권을 억압하는 관습으로 여겨져 법으로 금지했던 ‘여성 할례’를 사실상 다시 허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감비아 의회는 18일(현지시간) ‘할례’로 알려진 여성 생식기 절제술(FGM)을 금지하는 법을 폐기한다는 계획을 표결에 부쳐 전체 의원 58명 중 47명이 참석해 42명 찬성으로 승인했다. 새 법안은 약 3개월간 법리 검토 등을 마친 뒤 본회의 의결을 거치면 최종 공표된다. 이 경우 감비아는 FGM을 금지했다 철회한 최초의 국가가 된다.

감비아에서 FGM 금지 법안은 2015년 제정됐지만, 실제 집행은 미미했다. 그러다 지난해 8월 이 법에 따라 벌금형을 선고받은 첫 번째 사례가 나오면서 논쟁이 불붙었다.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슬람단체 등은 FGM이 ‘이슬람의 미덕이자 종교적 의무’라고 주장하며 비범죄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표결을 이끈 의원들은 새로운 법안의 취지가 “종교적 충성심을 지키고 문화적 규범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FGM 반대 단체 ‘세이프핸즈포걸스(Safe Hands for Girls)’를 설립한 자하 두쿠레는 “법안이 폐지되면 다음은 조혼 금지법, 가정폭력 관련 법안들도 표적이 될 수 있다”면서 “이는 종교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여성과 그들의 신체를 통제하는 악습에 대한 문제”라고 밝혔다. FGM 반대 운동을 이끈 대표적인 활동가로, 올해 미국 정부가 수여하는 ‘용기 있는 여성상’을 받은 파투 발데도 “우리는 FGM에 대한 침묵을 깨뜨렸지만, 결국 후퇴했다”면서 “이런 선례로 인해 다른 국가들도 해로운 관행으로부터 여성들을 보호하는 법률들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의회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 건물 밖에서는 법률 폐기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여 ‘FGM 생존자의 목소리를 들어라’ ‘FGM은 종교적 의무가 아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의회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에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감비아 정부 통계에 따르면 15~49세 여성의 4분의 3가량(73%)이 FGM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도 FGM을 당한 여성은 2억3000만명에 달한다.


Today`s HOT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개막식 앞둔 모습 많은 눈이 쌓인 미국의 모습 심각한 예멘의 식량과 생필품 부족 상황 오염 물질로 붉게 물든 사란디 개울..
항공기 추락 잔해 인양 작업 높은 튀니지 실업률, 취업을 요구하는 청년들
11명 사망한 스웨덴 총격사건, 임시 추모소 현장 8년 전 화재 사고 났던 그렌펠 타워, 철거 입장 밝힌 정부
발렌타인데이를 앞둔 콜롬비아의 철저한 꽃 수출 인도 어부와 상인들의 삶의 현장 2월 흑인 역사의 달을 기념하는 저스틴 트뤼도 총리 비바람과 폭풍이 휘몰아치는 미국 상황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