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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디지털교과서 정책 ‘허둥지둥’

교육부는 약 1200억원 규모의 ‘AI 디지털교과서(이후 디지털교과서) 도입과 연계한 학습데이터 활용 체계 구축’ 사업을 산하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을 통해 지난 1월18일에 공고했다. 입찰 마감일은 2024년 2월21일이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사업은 대통령령을 통해 40일 전에 공고하도록 되어 있다. 이 사업은 규정을 지킬 수 없어 긴급공고로 진행했다. 긴급공고 사유는 교과용도서 규정에 따라 2024년 8월까지 검정심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교과서 사업은 작년 6월8일에 발표한 사업이다. 1000억원이 넘는 국책사업을 국가가 정한 공고일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진행했다. 공고 기간이 충분하지 못하면 사전에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업체들이 유리하게 된다. 당연히 많은 업체들이 참여하는 공정 경쟁이 어려워진다. 결국 이 사업은 두 개의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게 됐다.

교육부가 ‘나라장터’를 통해 사업자들에게 제공한 제안요청서에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 있던 관련 정보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교육부가 국가 차원에서 어떤 학습데이터를 수집할지가 공개되었다.

AI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AI를 학습시킬 좋은 데이터이다. 우리는 국가 차원에서 학생들의 학습데이터를 수집하려 하고 있다. 당연히 학생들의 학습데이터를 수집하는 각종 윤리적 문제에 관해서도 세계 최초로 부딪히게 될 것이다. 사업 추진과 함께 공론의 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를 미리 다루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이미 지난 칼럼(‘학습정보 수집, 공론화가 필요하다’ 2023·7·13)에서 했다.

이번 사업제안서에서 교육부가 수집하고자 하는 ‘국가 수준의 학습데이터셋’에는 학생들의 학습데이터 외에 교사들의 데이터도 포함되어 있다. 교사 관련 데이터 내용은 ‘교사 재구성 활용도’이다. 교사가 디지털교과서에서 재구성 기능을 활용한 횟수를 월 단위로 수집하겠다는 것이다. ‘교사 재구성 활용도’가 디지털교과서 학습분석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필수적인 데이터일 수 있다. 문제는 데이터의 수집 방법과 목적, 개별 교사의 동의 방법이 사전 고지되어야 하고 수집된 자신의 정보의 폐기 요구가 가능해야 한다. 교사 관련 정보 수집은 근로여건의 중대한 변화이기에 당연히 교사노조나 교원단체와의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교육부는 작년 8월에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개발 지침’을 발표했다. 지침은 학습데이터를 AI 디지털교과서 발행사가 자체적으로 수집하고 저장할 뿐만 아니라 데이터 관리를 위해 데이터의 안정성 및 신뢰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발행사는 학생의 개인정보를 포함한 데이터의 보안 및 정보보호를 위한 데이터 관리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쓰여 있다.

학생과 교사들에게 수집한 데이터의 관리 정책 수립은 교육부가 해야 할 일이지 발행사가 해야 할 일이 아니다. 발행사는 학습데이터 수집과 관련한 여러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가능하면 비용을 들이지 않으려 할 것이다. 이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이다.

학습데이터 수집은 공공 플랫폼에서 교육부가 직접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부가 비용 때문에 공공 플랫폼 개발을 하지 못한다면 최소한 데이터 관리 정책은 세워야 한다. 교육부는 데이터 관리 정책을 통해 발행사의 독주를 견제해야 할 책무가 있다. 자율이 만능이 아니다. 전봇대는 뽑아야 하지만 전봇대를 뽑으면서 신호등마저 뽑으면 안 된다.

제안서를 꼼꼼히 살피면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제안사는 계약체결 이후 즉시 AI 디지털교과서 통합지원센터 시범서비스(aidt.keris.or.kr)를 인계받아 운영·유지관리’한다는 항목이다. 사업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처음 하는 일이고 많이 바쁘겠지만 실을 바늘허리에 매어 쓸 수는 없다. 모든 일들을 꼼꼼히 챙기는 교육부를 기대한다.

홍인기 교육정책 비평가

홍인기 교육정책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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