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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한 ‘피의자 대사’ 리스크, 외교에도 부담주는 이종섭

입력 2024.03.21 18:22

수정 2024.03.2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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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의 핵심 피의자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1일 귀국했다. 내주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 참석을 위한 “임시 귀국”이라고 했다. 대통령 신임장 사본만 들고 쫓기듯 호주에 부임한 지 11일 만이다. 그는 인천공항에서 한·호주 간의 방산협력과 외교·국방 2+2 장관회담 준비 업무를 “호주대사로 해야 할 중요한 의무”라고 말하며 “그 의무에 충실하겠다”고 했다. 자진 사퇴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대사가 25일부터 참석한다는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는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가 그의 귀국 명분을 만들기 위해 급조한 혐의가 짙다. 어차피 그는 4월 하순 열리는 외교부 전체 공관장 회의에 오게 돼 있었다.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는 그때 하면 되고, 과거에도 그랬다. 하지만 마치 긴급 회의가 잡힌 것처럼 해서 그를 불러들인 것은 여당 내에서도 이 대사 사퇴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일단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 참석을 통보받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 인도네시아, 카타르, 폴란드 주재 대사들은 생각지도 않은 들러리를 서게 된 셈이다.

이런 무리한 조치는 정부의 외교에도 부담을 지운다. 대통령 특명전권대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부임한 지 며칠 만에 다시 귀국한다는 것이 상대국 호주에 대한 결례라는 점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이 대사가 호주 복귀 시점을 정하지 않고 돌아왔다고 하니 사실상 대사업무의 장기 공백이 불가피하다. 한국과 호주는 서로 공유하는 것이 많아 긴밀히 소통·협력할 중요한 관계이다. 호주는 보수정부 시절 미국 주도 대중국 견제에 적극 동참했지만, 2022년 노동당으로 정권 교체 후 대중국 정책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7년 만에 호주를 방문하자, 호주는 같은 기간 서울에서 열린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각료급을 파견하지 않았다. 이런 긴박한 국제 정세 변화 속에서 ‘식물 대사’로 제대로 대응할 수 있겠는가.

정부가 한 병사의 안타까운 죽음에서 비롯된 사건을 정치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외교는 철저히 국내정치의 수단으로 전락했다. 대사 임명부터 파견, 그리고 사실상 소환까지 어디 하나 정상적인 데가 없다. 이것은 지난달 윤 대통령의 독일 국빈방문 나흘 앞 전격 취소 사례와 비슷하다. 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이 대사를 경질해야 한다. 주호주대사직을 비워두는 것은 단기적으론 손실이지만, 제대로 일할 대사를 새로 임명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한·호주관계에도 이로울 것이다. 아울러 국내 정치적 꼼수를 위해 외교를 희생시키는 일도 더 이상 하지 않길 바란다.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1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박준철 기자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1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박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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