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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죽어서야 등이 땅에 닿았다

[이갑수의 일생의 일상]코끼리는 죽어서야 등이 땅에 닿았다

손오공이 머리카락 한 줌 후, 불어 제 분신을 만들 듯 이 선거판을 확, 뒤집을 수 있다면! 그러나 아무리 분통이 터져도 각각 한 표씩뿐이다. 저 자리 거저 준다 해도 앗, 뜨거워라 도망갈 터이지만 무슨 젖과 꿀을 빨 요량인지 머리 터지도록 그곳으로 돌진하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몰라도 알 듯한 그들. 너무 많은 말을 쏟아내느라, 입가에 골짜기가 생기고 입도 비뚤어지는 것 같다.

그런저런 아사리판의 뉴스가 범람하는 곳에서 세계문학전집급의 독후감을 주는 기사 하나를 건졌다. 바다에 모비딕이 있다면 뭍에는 코끼리가 있다. “코끼리 장례, 내 새끼 얼굴이 하늘 보도록…모든 아기 코끼리가 등이 땅에 닿은 채로 묻혔다…”(한겨레)는 코끼리 장례에 관한 며칠 전의 놀라운 뉴스.

더러 강원도에서 꽃산행 마치고 귀가할 때 멀리 얼룩말의 갈기 같은 키 큰 나무들의 도열을 본다. 굽이치는 저 능선은 그 어디로 떠나려는 짐승들의 고단한 등을 어찌 그리 닮았는가. 그럴 때면 서늘한 문장 하나가 떠올랐으니 “짐승은 등이 뾰족해서 누울 수가 없다”(이성복)는 것. 네발 동물에서 진화한 인간은 두 손으로 공중을 만지며 마침내 직립하였다. 오늘의 내가 이렇게 운전을 하고, 고개 들어 멀리 하늘을 볼 수 있는 건 그 덕분이다.

코끼리와 얼룩말은 뛰기도 잘해서 이부자리까지 따라와 내 어린 시절을 주르륵 엮어주었다. 고향에서는 집집마다 돼지를 키웠지. 어느 날 어느 집에서 도랑에 풀어놓으면 별꽃, 여뀌, 고마리 등등의 풀을 실컷 뜯어 먹고 제 우리로 돌아간 돼지. 그리고 저무는 저녁이 와서 들마루에 둥그렇게 둘러앉아 칼국수를 먹을 때, 외양간에 앉은 소는 되새김질을 하고, 송아지는 마당을 이리저리 기웃거렸지. 등이 날카로워 누울 수가 없는 그들한테 인간의 언어로, 평생을 장좌불와했군요, 한다면 틀림없이 큰 실례.

앞의 뉴스는 “발과 다리는 땅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지만, 머리와 몸통 등은 완전히 흙에 파묻혀 있”는 사진도 보여준다. 선 자리에서 앉고, 앉은 자리에서 자고, 잔 자리에서 깨고, 그 자리에서 그대로 일어나야 했기에 살아선 하늘 한번 쳐다보지 못했을 짐승들. 그들의 애처로운 등을 생각하면서 나의 등 뒤도 슬쩍 만져보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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