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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 확대 약속서 생략된 것

입력 2024.03.25 20:17

수정 2024.03.2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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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에선 여러 차례에 걸쳐 다수 정부 부처와 지자체 관계 공무원들이 모이는 태스크포스(TF) 회의가 열렸다. 문체부와 기획재정부, 안전행정부(현 행정안전부), 환경부, 국토교통부에 서울시, 강원 양양군 공무원 등 참가자 면면만 보면 다수 국민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국책사업에 대한 회의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 이 거창한 회의는 이른바 국정농단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김종 전 문체부 차관 주도로 열린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 목적의 회의였다. 회의 내용을 담은 문서들을 보면 관계 부처와 지자체 공무원들은 강원 양양군과 서울 남산에 ‘친환경 케이블카’를 만들기 위해 전국 실태와 희망 지역 조사를 실시하고, 설치에 장애물이 되는 요소들을 제거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했다.

이처럼 10년 전 다수 정부 부처와 지자체가 힘을 모아 추진하면서 국정농단의 산물이 될 뻔했던 설악산 케이블카와 남산 곤돌라 사업은 무산됐다가 우여곡절을 거쳐 최근 다시 부활했다. 두 사업이 국정농단을 통해 추진됐으며 10년 넘게 무산되고, 재추진되는 것을 반복했다는 점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들 사업은 환경 악영향과 자연 파괴 우려 등으로 인해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시켰다. 해당 사업의 성패 여부를 떠나 관광산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특히 근거가 미약한 장밋빛 전망만으로 사회 전체에 이처럼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타당한 일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 반면교사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안 그래도 우후죽순처럼 여러 지자체가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불에 기름을 끼얹는 듯한 발언을 했다. 바로 지난 11일 강원특별자치도청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나온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곳에 케이블카를 추가로 더 건설하겠다”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이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가) 2026년 본격 운영되면 1300억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지역경제에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41개의 관광용 케이블카 가운데 대부분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고, 그나마 흑자인 곳도 탑승객이 급감하고 있다는 점은 도외시한 전망이었다.

게다가 대통령이 지자체들에 선물처럼 제시한 ‘케이블카를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약속에는 매우 중요한 내용이 빠져 있다. 바로 “너희들 돈으로”라는 말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강원도 1호 공약으로 설악산 케이블카를 약속했고 바로 그 약속을 이행했다”고 자랑했지만,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국비는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한 해 예산이 약 4000억원에 재정자립도가 10%를 겨우 넘는 양양군이 1172억원에 달하는 사업비 중 972억원을 대고, 나머지는 강원도가 부담한다.

이처럼 지자체가 케이블카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려는 행태는 최근 양양군민들이 주민감사를 청구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강원도에 감사를 청구한 주민들은 양양군 예산이 파탄 날 위기에 처했다면서 추진 과정의 위법성을 밝혀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케이블카 사업비로 인해 복지 예산, 재난 대응 예산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전국 곳곳서 케이블카 사업이 주민들에게 이익이 아닌 재앙이 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될까 두려워지는 지점이다.

김기범 정책사회부 차장

김기범 정책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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